문득 코로나 전 가장 최근에 갔던 공연이 뭐더라? 하고 생각했고,
그게 스스로에게 준 거의 최초의 선물이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살면서 내 인생에 '나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산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은 20대 후반.
그전까지 나는 내가 속한 집단 그리고 부여된 내 역할을 중심으로 살아왔다.
내 휴일도, 내 휴가도, 빈 시간들을 누군가를 위해 쓰려고 빽빽하게 살았던 시간들.
토요일 일요일 이틀 연속 쉬어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겨우 2년 전이다.
나는 남들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지 뭐야.
내가 '나'를 위해 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은 특히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됐다.
선생님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연인이 생기면 이렇게 해줄 것이고...
혹시라도 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해줄 것이고...
가족에게는 이렇게 하고 있고... 이렇게 하고 싶고...
선생님이 '그거 본인한테 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머리가 띵 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하면서 그 방법을 계속 외부 환경, 외부 사람들로부터 찾고 있었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줌으로써 채워진다고 생각했다.
나는 왜 자꾸 있지도 않은 대상을 만들며
누구한테 이렇게 해줄 거야, 저렇게 해줄 거야를 생각하고 있었지?
내가 나에게 해주면 되는데.
(아마도) 거의 최초로 내가 나에게 준 선물은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잘해 주기 위해 큰 맘먹고 한 일은
2019년 연말 오지은 콘서트.
누구도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선물.
좋아하는 가수의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
2019년 무사히 잘 지낸 나를 칭찬하기 위해 준 것.
이게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은 원래 예정되었던 김장을 가지 않고 내 시간을 만든 것이어서.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잡힌 시간을 취소하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든 것이어서.
(아마도) 거의 최초의 경험.
그러고 보니 내가 나에게 잘해야지 하고 다짐한 것도 2019년 말의 그즈음인 것 같다.
명상을 시작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가 잘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시작한 그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그때.
그래서 이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혼자서도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은 걸.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가 나를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는 걸.
나에게 잘해주기위해 다시 한 번 '다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