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날씨가 추워서인지
문득문득 과거의 부끄러운 기억들이 갑자기 떠오를 때가 많다.
그러면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거나, "아이고", "에휴"라는 탄식과 한숨을 짓는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무의미해진 그 기억들이
왜 갑자기 또 나타나 나를 어지럽게 하는 걸까.
그 기억들의 대부분은 내가 실수를 했거나,
용기 내어 다가갔는데 거절당했거나,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거나,
뭐 그런 것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 오랜만에 금융 치료(?)에 들어가기로 한다.
떠오르는 부끄러운 기억에 가격을 매기고,
그만큼의 금액을 저축한다.
이 적금통장의 이름은 '부끄러움은 나의 몫'
그래, 내 부끄러운 기억들은 다 너의 몫으로 가져가렴.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
불안하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순간마다 저축을 한 적이 있다.
심할 때는 한 달에 스물 한 번까지 하기도 했다.
자 이제 오늘 아침부터 계속 떠나가지 않는 이 부끄러운 기억에 가격을 매긴다.
'이 기억은 얼마짜리의 부끄러운 기억 일고...'
2만 원에 낙찰 땅땅땅.
1년이 지났을 때, 얼마나 많은 부끄러운 기억들이 가격이 매겨져 이 통장에 쌓이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