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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Jan 21. 2022

이 통장의 이름은 '부끄러움은 나의 몫'

최근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날씨가 추워서인지

문득문득 과거의 부끄러운 기억들이 갑자기 떠오를 때가 많다.

그러면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거나, "아이고", "에휴"라는 탄식과 한숨을 짓는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무의미해진 그 기억들이

왜 갑자기 또 나타나 나를 어지럽게 하는 걸까.


그 기억들의 대부분은 내가 실수를 했거나,

용기 내어 다가갔는데 거절당했거나,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거나,

뭐 그런 것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 오랜만에 금융 치료(?)에 들어가기로 한다.

떠오르는 부끄러운 기억에 가격을 매기고, 

그만큼의 금액을 저축한다. 

이 적금통장의 이름은 '부끄러움은 나의 몫'

그래, 내 부끄러운 기억들은 다 너의 몫으로 가져가렴.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

불안하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순간마다 저축을 한 적이 있다. 

심할 때는 한 달에 스물 한 번까지 하기도 했다.


자 이제 오늘 아침부터 계속 떠나가지 않는 이 부끄러운 기억에 가격을 매긴다.

'이 기억은 얼마짜리의 부끄러운 기억 일고...'

2만 원에 낙찰 땅땅땅. 


1년이 지났을 때, 얼마나 많은 부끄러운 기억들이 가격이 매겨져 이 통장에 쌓이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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