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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Sep 28. 2021

[21.09.28] 2.

시행착오 시작하기 D+3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지 D+3


이사 오기 전까지 많은 것을 비울 것이라 야심 차게 다짐했건만, 역시나 기존의 버릇을 버리긴 쉽지 않다. 세 가지의 원칙을 지키려 했다.  1) 용도가 중복되는 것  2) 쓰임을 다한 것  3) 더 이상 나에게 필요가 없는 것을 비워내기로.


내 상상에서는 '더 이상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을 비워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다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봐!), 아니었다. 용도가 중복되는 것을 비워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은 미련도 없고 자주 보지도 않기 때문에 큰 아쉬움 없이 비워낼 수 있었는데, 용도가 중복되는 것은 실제 내가 돌아가며 쓰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쉽게 비울 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에겐 모니터와 노트북을 연결하는 젠더가 2개 있다. 기존에 쓰던 것이 쓰기가 불편해서, 지인의 추천을 받아 쓰기 편한 형태의 젠더를 새로 구입한 것이다. 새로 구입했지만, 여분으로 기존에 쓰던 것을 일단 보관하고 있다. 만약의 사태를(분실, 고장 등) 대비해서.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가장 문제다. '만약을 대비해서', '나중에 혹시라도 필요해져서 사야 되면 돈이 아깝잖아.' 바로 이 생각.


천 에코백의 경우도 4개가 있는데, 이 가방은 이럴 때, 이 가방은 이럴 때... 이렇게 용도가 같지만, 쓰는 상황을 다르게 해석해 버린다. 특히나 그 물건에 내 '취향'과 '추억'이 들어있다면 더 힘들어진다. 이건 진짜 예쁜데.. 여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데.. 이건 여행하면서 산 건데.... 하


그다음으로 나에게 가장 어려운 비움의 대상은 바로 문구류들. 여러 개의 클립, 노트, 펜... 목적 없이 그저 좋아서 샀던 물건들, 번갈아가면서 쓸 수 있는(이미 쓰고 있는)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애초에 쓰임이 없는 물건들, 애니 굿즈와 같은 취미 물품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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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비워내고 미니멀하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시간이 좀 걸릴 테다. 그래서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하기로 했다.


먼저 물건의 종류를 크게 5가지로 분류한다. 1) 의류 및 잡화(옷/신발/가방/모자 등)  2) 주방용품(식기/냄비/조리도구/조미료/행주 등) 3) 생활용품(침구/취미/여행/사진 등)  4) 굿즈(음반/캐릭터 용품/책자)  5) 문구류 및 전자기기 관련 용품

*책과 컵 모으기는 개인적인 큰 취미이기 때문에 제외


- 궁극적으로는(시간을 들여) 각 분류 항목별로 이삿짐 박스 기준 1박스에 담길 수 있도록 줄인다.

- 디지털화시킬 수 있는 것들은 작업해서 처분한다 (ex. 드라마 음악 CD, 스캔 가능한 문서, 서류 등)

- 용도가 중복되는 것은 2개까지만 남긴다.

- 계절감과 특정 용도가 있는 물건(ex. 수영복) 외에 한 분기(3개월) 동안 살펴보거나 사용하지 않은 것들은 처분한다.

- 하나를 사면 하나는 버린다. 다시 말하면, 버릴 수 있을 때 새로 산다.


특히 이번에 하나하나 물건을 버리면서 무엇보다 돈이 아까웠다. 이렇게 산 것들 가격 다 합치면 꽤 나올 텐데.. 하는 아쉬움. 그리고 이렇게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삶이란 곧 쓰레기가 될 것을 사서 결국엔 쓰레기로 만들어 내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달은 것 같다.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다 보면 생활도 조금 더 심플해지겠지. 천천히 비워나가는 나날을 계속 기록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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