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을 채우는 여행_엔스파이어드 트립

2021. 12. 19-20

by 김아인

나를 위한 특별한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가 아닌 저기에서.

함께한다면 모르는 사람이면 더 좋았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면 더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엔스파이어드 트립은 나에게 아주 적절한 여행이었다.


참가의 동기는 우연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시기는 아주 우연적이었다.

마침 이 트립을 떠나기 4일 전, 나에게 여행이 정말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상 친구들과 나누던 참이었다.



엔스파이어드 트립은 ENSpired trip을 의미하는 것으로 강릉-정동진 지역 세 공간의 크리에이터들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여행 프로젝트다.
Eastcine + Now or never + Sikmulwon 의 앞 철자와 Inspired를 접목하여 Enspired Trip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무엇이 좋았다고 할까.

첫날, 처음 만난 멤버들과 먹었던 맛있는 비건 식사.

혼자서 모래 위를 천천히 걸으며 바라본 겨울바다.

이스트씨네에서 영화를 보며 각자의 이야기를 나눴던 영화발화.

정동진의 바다가 보이고 파도소리가 들리던 숙소 뷰.

나우오네버에서 하얗게 텅 비어 있던 캔버스를 각자의 스타일로 채워갔던 페인팅.

강릉에서 순간 포착을 놓치지 않으려 일회용 카메라를 손에 쥐고 좋은 것이 보이면 다른 멤버들에게 일러주던 순간들.

식물원에서 흑백사진 현상과 인화에 도전했던, 긴장과 떨림으로 가득 찼던 암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들과 장면들이 생생하다는 게 신기하다.

그야말로 하나하나 빈칸을 채워가는 순간들이었다.

노트의 빈칸을, 필름의 빈칸을, 캔버스의 빈칸을, 그리고 어딘가 허전했던 마음의 빈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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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췌 내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건지 알 수 없었지만, 모두가 똑같아서 즐거웠던 페인팅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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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 1박 2일 내내 나와 함께 한 흑백필름 / 영화발화 시간



혼자가 아니었지만, 혼자일 수 있었던 여행.

독립됨과 연결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여행.

아무것도 부담스럽지 않았던 여행.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여행이었다.


처음에 멤버들과는 조금 어색했지만, 여행의 끝에서 결국 서로 연결된 것을 느끼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아주 좋은 친구들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 이 여행을 찾는이들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자신만의 의미를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예술적 체험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자신만의 '아티스트 웨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기획의도에 아주 충실하고 나에게도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아! 참가자 기념 굿즈가 아주 좋다... 매우 좋다... 만족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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