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전등사
인천 부근에서의 1박 일정을 마치고, 일행 중 한 명이 템플스테이를 간다고 하여 강화도의 전등사에 따라갔다. 이상하게도, 나는 '전등사'라는 이 명칭이 입에 잘 붙지 않고 자꾸 단성사?라는 물음이 먼저 나온다. 단성사는 종로쪽에 있던 영화관 이름인데, 이 둘 명칭이 어떻게 내 머리속에 각인되어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무튼, 날씨는 매우 화창했고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전등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어느 문을 지나 오르막을 지나면 절이 나온다. 오르막길에 경사가 약간 있는데, 마른 흙길이라 약간 미끄러웠더. 나오는 길에 넘어지는 아이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오르막길을 지나니 전등사 입구가 나왔다. 전등사 현판이 달린 기와 건물 아래를 지나가야 한다. 절이나 궁 안에 보행로가 이런식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은 종종 보았는데, 입구가 이렇게 돼있는 것은 처음보았다. 저절로 스스로가 낮아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건물에 비해 가장 오래되어 보이던 대웅전. 칠들이 많이 빛바래 있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이 건축물에는 재밌는 사연이 있는데, 지붕을 받치고 있는 조각들 중에 머리를 감싸쥔 원숭이 조각이 있다. 이 원숭이가 조각된 사연에는, 건물을 짓던 목수의 정인이 떠나 저주하는 마음으로 조각했다는 것으로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책에 소개되어 있다고 한다.
전등사는 전체적으로 크지 않고 아담하다. 절 가운데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가 있는데, 나무를 둘러싸고 앉을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 한참을 앉아 절구경, 사람구경, 하늘구경을 했다.
사실 이 날, 전등사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한 스님을 만난 것이었다. 템플스테이에 온 지인과 친구를 맺었다는 스님. 스님과 마주앉아 물고문(?)을 즐기며-보이차를 끊임없이 대접받았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러 이야기 중에 가장 마음속에 남았던 말은, 종교란 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 아니라, 신이 말하는 '진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 불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조건이 있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대로 행하고 살아가는 것, 그뿐이라는 것이었다.
부처의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스님 당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들, 불교계의 이야기들, 인상깊은 사건들, 템플스테이 하는 방법 등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편견으로 가지고 있던 불교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깨졌다. 나는 불교가 너무 심오하고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전등사에서 바라본 전경이다.
날씨도 좋고, 말씀도 좋았던 날이다. 꼭 한가할 날을 골라 다시 오겠다고 다짐한 전등사 방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