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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Dec 27. 2021

[21.12.26] 4.

다시 글쓰기를 생각하다.

나의 일요일을 망친 일들에 대해. 

오늘 하고자 한 일들이 분명 있었다. 

찌개를 끓였고, 밥을 했고, 빨래를 했고, 이제 식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고, 밀린 콘텐츠를 감상하고, 밀린 강의를 들을 계획이었다. 오전 10시까지는 분명히.


오죽하면 일요일 오전 10시에 업무 관계인 나에게 연락했을까 싶었다.

그도 급박했겠지.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사이드 프로젝트 중 글을 써야하는 한 부분을 다른 동료들에게 온전히 넘겨 놓았다.

내가 계속해서 매니징 하려고 해도 담당자가 제 기한을 맞춰주지 않아 나는 지쳤고, 다른 동료들에게 대신 매니징 해줄 것을 전화로 부탁하며 신신당부했다. 제 기간에 작성할 수 있게 계속 연락해 달라고, 작성된 내용을 같이 보면서 꼼꼼하게 검수해 달라고. 나에겐 더 이상 내가 맡은 부분 그 이상으로 힘을 쏟을 여력과 마음이 었었다.


그렇게 완성된(줄 알았던) 내용을 발주처에 전달했고, 그 내용을 확인한 담당자가 일요일 오전 10시에 연락한 것이다. 글의 내용에 대한 전체적인 감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너무 급하지만, 빠르게 할 수 있겠냐고. 그의 의견은 매우 타당했다. 내가 봐도 이건 정말 심각했다. 사실 내가 그 결과물을 자세히 읽은 것이 오늘 처음이었고(일부러 안봤다.), 다행인지 내 작업물에 대한 피드백은 따로 없다고 했다. 그래서 화가 났다.

너네 어디서 학술적 글쓰기 해봤다고 하지마롸 아놔

이 부분만큼은 내가 더 이상 신경 쓸 수 없다고 단단히 일러두었건만. 왜 결과가 이러하며, 또 이것을 해결할 사람은 나밖에 없는가. 분명 감수까지 하는 것을 봤는데 아니 대체 왜..... 급하게 감수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하면서 주변에 편집자나 글을 봐줄 만한 사람 없냐고 타이핑하면서 떠오른 것은, 아 나에게 있구나, 감수해줄 수 있는 편집자 지인이. 아 결국 이건 또 내가 해결해야 하는 거구나. 이런 생각들과 화가 내 몸과 마음을 감싸자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일단 밥을 먹자'고 생각했다. 그래 일단 맛있는 찌개와 밥을 먹자. 식사를 하자. 


식사를 마친 뒤 내가 1차적으로 감수를 하고, 지인이 기꺼이 작업해준 맞춤법 수정 등의 작업을 늦은 밤까지 적용하며 글쓰기에 대한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형식이 엉망이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다."


내가 대학원에서 제일 잘한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ㄱㅇㅎ 교수님 글쓰기 수업을 들은 거라고 해야지. 처음엔 정말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차츰 나아지는 내 글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는 교수님의 칭찬이 아직도 생생하다. 성장의 이유는 바로 퇴고였다. 내 글을 남의 글처럼 읽으면서 수정하는 퇴고의 방식. 오늘 내가 작업한 이 글의 문제는 퇴고의 부재라고 생각했다. 다시 읽어보지 않았구나. 


그러고 보니 최근 4년 동안 매주 적게는 1편, 많게는 5편까지 편지 형식의 상담글을 썼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누군가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야했다. 그 경험이 분명 나를 더 성장시켰겠지. 그러면 나는 이제 글쓰기에 꽤 자신을 가져봐도 좋은 것 아닌가?


2021년 12월 26일을 밤을 보내며 든 생각을 이렇게 기록한다. 이젠 글쓰기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해봐도 좋겠다고. 비록 내 일요일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수고했다고 나에게 칭찬의 박수를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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