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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Feb 13. 2017

나의 시장 답사기(5)_증산시장

은평 증산시장

 2016년 서울시에서는 3개의 시장에 청년상인 사업을 진행했다. 구로시장과 정릉시장, 그리고 증산시장이다. 정식 명칭 증산종합시장은 6호선 증산역 3번출구에서 나와 불광천을 따라 쭉 걷다가 증산3교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나온다.


역에서 올라오니 햇빛이 따뜻했고, 등 뒤로는 북한산이 보였다. 은평구는 산이 는 동네라는 것을 한번 더 실감했다. 은평구에 사는 내 친구는 집 뒷산이 북한산이라며 좋긴 하지만, 여름엔 벌레가 많이 나온다며 슬퍼하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간 증산시장 앞에서 우리는 멈칫했다. 입구가 잘 안보였기 때문이다. 시장 바깥을 빙 둘러 입구를 찾아 우리는 들어갈 수 있었는데, 입구가 쉽게 들어갈만하게 생기진 않았다. 안에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산시장앞에는 초등학교가 있었고, 그 뒤로 많은 아파트단지들이 있어 입지적으로는 좋아 보였다.

증산시장 입구 중 하나

증산시장은 확실히 오래된 시장이었고, 시장으로서의 기능은 별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래된 상가들 다수 문이 닫혀 있었고, 시장 가운데 먹거리를 파는 , 기름집, 중고물품점, 식당들 정도가 운영을 하고 있었다.

공간자체는 다른 시장들과 다르게 긴 도로형태가 아니다. 사각형공간에 빙 둘러서 들어선 가게와 가운데 곳곳에 들어선 가게들이 골목이루고 있었다.
중간중간에 물건들이 쌓여 창고처럼 쓰여지고 있었지만, 이 공간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조금만 손보고, 기획한다면 충분히 살릴 가치가 있어 보였다.


새로 지은 화장실과 오래된 기름집
시장의 일부 공간은 가운데에 음식을 파는 곳, 사진 끝에 사람들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 않은 곳, 오래된 장이 눈에띄어 찍었다.
유난히도 지역명을 이름으로 한 가게들이 많았다. 왜 일까?


어디선가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옛 간판을 재현하고 체험공간 만든다던데, 여기는 정말로 오래된 간판, 가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전혀 인위적이지 않은 옛 모습들이다.


천장은 보수공사를 했다.

이곳에는 총 세군데의 청년상인 상점이 들어와있다. 각각 커피, 수제컵케익, 수제맥주를 파는 곳이다.

우리는 수제맥주+수제견과류 가게 <슬로우 넛>을 방문했다.

시장 자체가 많이 침체되어 있고, 홍보도 덜된 터라 청년상인들 스스로 오랜기간을 생각하고 오픈했다고 한다. 원래 더 늦게 시작하는거였는데 일정상 급하게 오픈한 것이라고.
시, 구에서 올해 10곳이 넘는 청년상인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어디까지나 예정이기 때문에 얼마나 진행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더 많은 청년들이 오고 약간의 아이디어와 정리가 수반된다면 얼마든지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시장은 각각의 부지 주인이 다 따로 있어 공간을 매입하기 수월하지 않고, 오래된 공간들이 그렇듯 기존에 있던 분들은 변화를 달가워하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기존의 상인들과 어떻게 잘 조화롭게 갈 수 있을지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지점일 것이다.


아주 넓은 시장 옥상의 한 부분
제일 처음 본 시장 간판은 옥상에 있는 것이었다.

솔직히 서울에서 방문한 세 곳의 시장 중 가장 어려워보였다. 문을 닫은 점포들이 많기도 했지만, 그 넓은 공간 중 많은 부분이 창고처럼 쓰여지고 있었고, 시장자체가 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정리가 시급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상인들과 소통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전에 갔던 광주 송정리역시장은 계속해서 과거와 현대의 공존을 강조했다. 그 과정을 정확히 모지만, 과거의 시장 상인들과 새로운 청년 상인들이 함께 공간을 이루고 있었다. 증산시장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홍대 동진시장을 떠올린다고 한다. 이곳처럼 쇠퇴해가던 곳을 청년들이 들어와 새롭게 탈바꿈한 시장이라고 한다. 앞서의 사례가 있으니, 그 과정을 잘 연구하여 이 곳 또한 탈바꿈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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