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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Mar 15. 2019

2018년 8월 어느 날의 일상

친구가 추천해준 컵라면이 먹고 싶었다. 

500원짜리와 100원짜리 동전을 대충 집어 주머니에 넣고, 핸드폰도 들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첫 번째 들린 작은 GS 편의점, 내가 찾는 컵라면은 없었고, 나 때문에 일부러 카운터로 들어간 사장님이 신경 쓰여 괜히 미니쉘을 하나 사서 나왔다. 

다음은 두 번째 큰 세븐일레븐편의점, 한참을 둘러봐도 내가 찾는 컵라면은 없었다. 

큰 매장이라 별다른 눈치 없이 그냥 나왔다. 

마지막으로 들린 세 번째 GS 편의점, 이 동네에선 여기가 마지막이다. 

첫 번째 편의점과 같은 브랜드지만 큰 매장이기에 혹시 있을까 싶었다. 없었다. 

허무했지만, 기왕 이렇게 나온 거 뭐라도 사갈까 싶어 컵라면 매대를 한참 바라봤다. 

새로운 제품들이 무지 많네, 뭘 먹어볼까.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건 없나? 지금 바깥 온도 34도인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에게 남은 돈이 얼마지? 하고 문득 생각났다. 

급히 세어보니, 남은 돈은 오백원짜리 하나, 백원짜리 여덞개, 총 천 삼백원. 

컵라면은 8백50원부터 2천5백원까지 다양했지만, 애초에 내가 살 수 있는 컵라면은 한정돼있었고, 남은 선택지들는 죄다 먹어본적 있는 평범한(?) 컵라면 뿐이었다.

그럼 다른 걸 사갈까? 

해서 냉장식품쪽을 기웃거려봤지만 다들 기본 1천5백원이 넘었다. 

나에겐 선택권이 거의 없었다. 슬펐다. 

먹고 싶은 컵라면도 못찾았는데, 그 다음으로 먹고 싶은 것도 살 수 없다니. 

그냥 지갑을 들고 나올걸. 한 오분 넘게 서성이다 고민하던 나는, 그냥 아무것도 사지 않고 가게를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쓸데없이 미니쉘을 하나 사서 돌아온 한낮이었다. 


괜히 보상받고 싶어 냉라면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집에있던 봉지라면으로 인터넷에서 본 레시피대로 급히 만들었다.

간단했다. 간단했는데. 

설탕 한 스푼만 넣으면 되는거였는데 스마트폰 위에 설탕을 왕창 쏟았다. 

황설탕이라 마치 흙이나 콩가루가 위에 쏟아진 듯한 형상이었다. 

액체가 아니니까 괜찮겠지 싶어 우선은 급하게 냉라면을 완성시키고, 스마트폰 위의 설탕을 털어냈다. 

냉라면은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요새 계속 입맛이 없던 터라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한 감동할만한 맛이 나진 않았다. 

그냥 배를 채운다는 느낌으로 후루룩 먹어버리고 치우려는 찰나 전화가 왔다.


상대방은 밖인 것 같았는데 목소리가 웅웅거렸다. 

그저께 통화할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왜 이러지. 

끊었다가 다시 전화를 걸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왜 그럴까, 설탕때문인가? 이어폰을 꽂으니 괜찮았다. 

설탕이 대체 내 아이폰에 무슨 짓을 한거지.

우리는 의아해 했다. 

그리고 아이폰 달겠다, 하고 웃었다. 

그래 같이 웃었으면 됐지. 

오늘도 대단치 않은 하루.   

/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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