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보내는 방법

by 이든

겨울이 원래 이 정도로 추웠나 싶은 요즘이다. 외출을 자제하라는 알림에 순종하여 사사로운 약속은 모두 한파 뒤로 미루었다. 일주일의 절반은 하루 3천 보도 걷지 않고 있다. 아마도 연중 가장 활동이 적은 시기가 될 듯하다.


문득 새해가 겨울에 있다는 점이 기이하다. 떠오르는 새해의 이미지는 보통 희망과 출발로 차있다. 동시에 새해가 속한 겨울은 생명이 가장 둔해지는 시절이다. 사람의 월력은 나아가고자 하나, 계절의 생리는 머물고자 한다. 1월은 시작인 동시에 멈춤이다.


겨울은 보통 그런 계절이다. 지출도 늘어난다. 다이어리와 헬스장 회원권, 책 같이 다분히 낭만적인 것도 있으나, 난방비와 두터운 옷, 방한용품, 병원비와 같이 불가피한 것이 더 많다. 이들은 확장보다 보존에, 나아짐보다 무너짐을 막기 위한 것에 가깝다.


엊그제는 몇 주간 다니던 아침 수영에 처음으로 결석했다. 수면으로 체온이 낮아진 몸으로 영하 9도의 아침 바람을 받아내는 일은, 충분히 깨어나지 않은 정신에겐 가혹한 것이었다. 추위는 종종 루틴을 끊어내며, 의지가 얼마나 허약하고 환경에 종속되어 있는지 드러낸다.


나무는 세 계절 간 성장하고 한 계절에 멈춰 선다. 멈춤의 시간은 나이테로 기록되며, 두껍고 짙을수록 나무는 단단해진다. 바람을 견디며 웅크리는 일은 정체되어 보이나, 실은 조건에 대한 거친 저항이다.


우리는 매해 겨울의 한복판에서 성장을 다짐한다. 지금은 다시 시작할 때, 멈추지 않고 나아갈 때, 무엇이라도 해야 할 때라고 되뇌인다. 한 번쯤은 그 흐름을 끊어볼까 한다. 잠시 멈추어 견디는 시간으로, 내게 주어진 것을, 늘 해오던 것을 지키는 시간으로.


겨울에는 나아지는 것보다 무너지지 않는 것에 집중해 본다. 이 계절의 끝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도, 그저 잃은 것이 없다면 충분하다. 이 겨울 나의 목표는, 나를 가만히 지켜내는 것으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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