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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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두 칸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후 우리는 항동의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한옥이었다. 네 식구는 그 넓은 한옥의 사랑채에서 생활했다. 집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3평짜리 방 한 칸에 1평도 되지 않는 옛날 주방이 전부였다. 대문을 열고 들어와 구석에 있는 사랑방의 문을 열면 바닥이 시멘트로 되어있는 주방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한 걸음도 채 때기 전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3평짜리 방이 나타난다. 그곳엔 거실도, 화장실도 없었다.


누나의 진학 문제로 우리는 항동에서 오류동으로 이사했다. 그 집은 대지만 150평이 넘었고, 2층으로 된 단독주택이었다. 주인집은 2층에서 살았는데 집이 무려 50평이었다. 1층은 5개의 개인 집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아마도 개조한 것 같았다. 그래도 항동에서 살던 집보다는 훨씬 넓었다. 3평짜리 방이 한 칸 더 있었고, 거기에 베란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방은 항동과 같이 시멘트 바닥이었고, 화장실도 여전히 밖에 있었다.


나도 누나를 따라서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방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인지,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 부모님은 더욱 바빠졌다. 이른 새벽에 나가서, 밤 21시가 넘어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부모님은, 주말에도 어김없이 나갔고, 그때부터 누나와 나는 여기저기 맡겨졌다. 종종 외할머니가 우리를 돌보러 오셨지만,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외할머니의 투덜거림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이 좋게 자주 놀았던 친척은 우리 집이 너무 좁아서 오기 싫다고 했다. 다른 친척은 육성으로 ‘이게 뭐야, 더러워.’라는 말을 남기고 집 밖에서 들어오지 않았다. 어쩐지 더 넓어진 집이 싫었다.


아버지와 자주 산책 다닐 수 있었고, 어머니와 함께 놀 수 있었던 곳. 친척들이 오지 않고, 공기 좋고 물 맑은 항동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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