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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고독한 사람에게 찾아온다

아까운 시간

by 박진권

성공은 고독한

사람에게 찾아온다


학교에서 받은 상처, 그곳에서 느낀 실망감. 시간이 흘러 사회로 나왔을 때 마주한 부당함은 사람에게서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혹자는 그것이 방어기제라고도 말한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 애초에 관계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틀린 해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딱 들어맞는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보통 방어기제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에 대한 보상 작용이 왜곡되어 본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현재 진행 중인 상처는 없다. 인간을 잠재적인 위협이라고 느끼지도 않는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것에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무분별한 관계를 이어가지 않는 까닭은 결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과 나의 사상은 애초에 출발점부터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애초에 다른 세상인 것처럼.


박진권




아까운 시간

나는 예민하지만, 유약하지 않고. 쉽게 상처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담아두지 않는다. 내가 사람을 대할 때, 그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아주 사소한 일로도 언쟁이 오간다. 오히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과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투게 되는 것이다. 성격상 화산이 폭발하듯 싸우는 것은 지양한다. 다만, 애정이 깊어져 사랑으로 변모하게 된다면 그렇게 폭발적으로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관심이 덜하고, 평생 친해질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대항하지 않는다. 소귀에 경 읽는 것은 대단히 무의미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고, 사람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그 만남에 큰 의미가 없다면 더더욱. 나에게 있어서 인간관계의 의미란 ‘상생’이다. 서로 도움 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공간에서, 쓸데없는 말이 오가는 자리. 그저 술기운에 허허실실 웃으며 내면의 맥이 빠지는 곳은 시간이 아깝다 못해 분한 감정까지 샘솟는다. 그런 관계는 오롯이 환락 즉 쾌락만 존재한다.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 가성비가 가장 떨어지는 일이 분별력 없는 인간과의 술자리다. 그곳에선 얻는 것보다, 무조건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 하루 계획도, 건강도, 돈도 해칠 정도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그 자리에 있을 필요는 없다.


단순하게 관계로서 본인을 정립하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관계는 시절과 같아서 언제든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친했으나 현재는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을 시절 인연이라 부른다. 고심 끝에 결정한 관계도 결국 멀어지고, 잊는다. 한 번쯤 쓸데없는 만남, 의미 없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나, 그 행위를 나이 먹고서도 반복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술 없이도 지속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를 험담하지 않고도 오래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게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훨씬 득이 되는 일이다.


고독은 뛰어난 정신을 지닌 사람들의 어찌할 수 없는 숙명과 같다. 그들도 때로는 고독을 탄식할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두 가지 재앙 중에서 덜한 것이라며 언제나 고독을 선택할 것이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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