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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척적 재능과 후천적 노력

모든 것은 타고난다

by 박진권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노력


모든 분야의 최상위는 전부 타고난 사람들의 자리다. 노력을 해결할 수 없다. 이영표는 이런 말을 했다. ‘재능은 없다, 전부 노력이다.’ 안타깝게도 과학적 근거 없는 말이다.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은 전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현된다. 어머니나 아버지 둘 다 공부로 빛을 본 사람들이 아니라면, 자식도 마찬가지로 공부를 못 하게 된다. 여러 연구 결과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최종 학력이 자녀의 최종 학력과 큰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키도, 얼굴도, 피부도, 아이큐도 모든 게 유전이다. 세상에 있는 사소한 것 모두 선천적 재능에 의해 성패가 갈린다.


박진권




모든 것은 타고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려놓으라는 것은 아니다. 재능이 없어도, 유전자가 좋지 않아도 세상을 살아갈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공부도 애매하고, 운동도 애매하다면 굳이 공부와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머리가 나쁘게 태어났는데, 대한민국 입시나 공시에 빠지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몸이 약하게 태어났는데, 굳이 운동으로서 미래를 그릴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죽을 듯이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있다. 노력만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면, 세상에 불행한 사람이 훨씬 적어야만 한다. 자기의 재능을 인식하고, 수준을 인지해야 한다.


예술적 재능이 조금 있다고 가정하면,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넘쳐흐른다. 사진을 특별한 감각으로 찍는 사람, 소설과 시 그리고 산문 등 여러 분야의 글을 문학적으로 잘 쓰는 사람도 바다의 모래알만큼 많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고,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할까?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외면하는 게 옳을까? 도망치는 곳에 낙원은 없다. 계속해서 시궁창 냄새가 인중 언저리에서 가시질 않을 것이다. 당장 출퇴근만 해도 나보다 잘생기고, 키 크고, 우월한 사람들은 널리고 널려있다. 사실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시기심을 느낄 필요도 없고, 같은 분야의 천재들에게 자괴감을 느낄 이유도 없다.


우주에서 보는 인간은 먼지와 다름없고, 세계를 굴러가게 하는 부품일 뿐이다. 천재는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핵심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없어도 당장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 부품이다. 하지만 개인이 세계를 신경 쓸 여유가 어디에 있나. 당장 내일 나의 삶을 생각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남들보다 그림을 못 그려도 그냥 그리고, 저들보다 조금 못 써도 그냥 쓰면 된다. 삶은 경쟁이 아닌 흐름이다. 천재가 아니어도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 해도 죽으면 누군가에게 눈물을 강요할 수 있다. 덜 필요하다고 해서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남보다 못하다고 해서 나를 찾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조금씩이라도 노력해야 한다. 머리가 나쁜 사람은 적당한 공부를 하고, 몸이 약한 사람은 적당히 운동하면 된다. 그림이 애매한 예술가는 사진과 글도 연마해 종합 예술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꼭 한 가지만 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평생 고민하고, 그 고민으로서 과거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성장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인생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인가. 끊임없이 꾸준한 노력은 결국 누군가에게 가닿는다. 온 힘을 다해 매시간을 연소할 필요도 없다. 그저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게 30년, 40년이 흐르면 결국 장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세상에 몇 없는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 죽을 게 아니라면 지푸라기라도 잡아 잘 엮어야 하지 않을까.


활동하는 것, 즉 무언가를 행하고, 가능하면 무언가를 만들고, 적어도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인간의 행복에 필수적이다. 인간의 힘은 자기를 써달라고 요구하고, 인간은 힘을 쓴 결과를 어떻게든 알아보고 싶어 한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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