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실

박진권

by 박진권



보여도 안 보이는 척

보여도 못 본 척


들려도 안 들리는 척

들려도 못 들은 척


알아도 모르는 척

느껴도 못 느낀 척


그렇게 점점 옅어지도록

또다시 점점 얕아지도록


거짓말의 창구에 아무리 진실을 밀어 넣는다 하여도 더욱 새빨간 거짓이 튀어나온다. 그러한 거짓들은 한 사람의 진심으로는 희석되지 않는다. 그것들이 모여 단절을 낳고, 절연의 길이 생성된다. 그 외로운 길은 때때로 지독하게 길어서 다시 되돌아갈 수 없을 때 인지된다. 나는 그런 길을 너무도 오래 그리고 많이 걸었다.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편안하게 놓는 법도 깨달았다. 그럼에도 늘 내버릴 최적의 시간을 찾지 못한다.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야 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