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7 ~ 2020.03.07
소설이 간지럽히는 마음이 좋았는데 드라마에 나온 한마디에 이 아련함이 더해졌습니다. 이 책을 두 번째로 읽으며 드라마를 보면서 느낍니다. 인간이 얼마나 시각에 민감한지. 해원의 타투를 보면서 마음속 얘기만 하던 은섭이가 드라마 속에선 예쁘다 했던 한마디에 이 소설 내용을 다 안다 해도, 볼 이유가 다 찼습니다.
p.54
“글쎄...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
p.132
“누가 뭘 오해했다는 건데. 그건 두 번 상처 주는 거야 오해할 만큼 이해력이 모자랐거나 동래역이 떨어졌거나, 의사소통에 센스가 없어서 혼자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거 아니잖아. 오해는 없어. 누군가의 잘못이 있었던 거지. 그걸 상대방한테 네가 잘못 아는 거야,라고 새롭게 누명 씌우지 말라고.”
p.198
그의 사랑은... 눈송이 같을 거라고 해원은 생각했다 하나둘 흩날려 떨어질 땐 아무런 무게도 부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을을 덮고 지붕을 무너뜨리듯 빠져나오기 힘든 부피로 다가올 것만 같다고. 그만두려면 지금 그래야 한다 싶었지만 그의 외로워 보이는 눈빛에서 피할 수가 없고, 그건 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p.388
한때는 살아가는 일이 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여긴 적이 있었다. 평화롭게 안착할 세상의 어느 한 지점. 내가 단추라면 딸깍 파고 끼워질 제자리를 찾고 싶었다. 내가 존재해도 괜찮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방해도 받지 않는, 어쩌면 거부당하지 않을 곳.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어디든 내가 머무는 곳이 내 자리라는 덕.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면 스스로가 하나의 공간과 위치가 된다는 것. 내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제자리라고 여기게 되었다. 가끔은, 그 마음이 흔들리곤 하지만.
p.400
인생의 고통이 책을 읽는다도, 누군가에게 위로받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다 소용없는 건 아닐 거라고... 고통을 낫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고통은 늘 거기에 잇고, 다만 거기 있음을 같이 안 나고 말해주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읽고 위로를 전하는지도 몰랐다.
p.407
알고 보면 사람들은 참 이상하고도 신기한 존재였다. 꽃은 타고난 대로 피어나고 질뿐인데 그걸 몹시 사랑하고 예뻐하고... 꽃말까지 지어 붙인다. 의미를 담아 주고받으며,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기도 한다. 꽃들은 무심하고, 의미는 그들이 알 바가 아니었다. 그저 계절 따라 피었다 지고 사람들만 울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