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서
내 인생의 문장 중 하나가 있다.
처음에는 비구름이, 그다음에는 바람이, 그리고 저녁이, 또 계절이, 그렇게 한 시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 책에 문장 인지도 잊은 이 한 문장이 나를 참 오랫동안 괴롭혔다. 다시 한번 이 책을 읽고 싶어서였다. 힘들었던 시기를 이 책과 함께면 지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떻게 하면 이 온전한 문장을 찾을 수 있는지가 오래도록 나를 울렸다. 그런데 지금의 내가 이 문장을 찾아줬다.
세계의 끝 여자 친구
책의 저자인 김연수 작가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 따뜻하다. 계절을, 시절을, 순간을, 시간을 어쩜 이렇게 예쁜 말로 기억에 남게 표현하시는지 나도 모르게 문장을 모으고 있었다. 당신의 가슴에 남을 많은 문장이 여기에 있을 거라 감히 말하고 싶다.
나는 좋아하는 색이, 분위기가, 그림이 있다. 좋아하는 색은 민트색, 그리고 파스텔톤에 흩어지는 계절을 표현하는 색. 분위기는 새벽이 오기 전 어두움을 담으면서도 살아남는 느낌. 그림은 이런 분위기를 담은 모든 그림이다. 내가 책을 고를 때는 이런 것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대학교 때 도서관은 나의 안식처였다. 도서관 특유의 서걱거리는 종이 넘기는 소리,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누르는 키보드며 마우스의 클릭 소리, 발소리마저 숨죽이게 하는 도서관의 카펫 느낌, 끝없이 쏟아지던 햇살. 그리고 책 틈새마다 쌓여있는 종이 냄새.
내가 여기서 여러 번이고 똑같이 골랐던 책이 세 권이 있다. 왜 골랐냐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책 표지나, 색깔이나, 제목이나, 어느 하나 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없었다.
세상의 끝 여자 친구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청춘의 문장들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네 번이 된 탓에 이제는 내가 이 책을 읽었는지 기억한다. 당신도 이런 예쁜 문장을 담고있는 책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