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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이 결제 시장에 가져올 변화

스테이블 코인, 레거시 결제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by Ethan

최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정책이 뒷받침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부터 네이버, 카카오, 토스,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소까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무엇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에 주목하고 있는 걸까? 오늘은 결제 시장에 대해 살펴보자.




이미 충분히 빠르고 간편한데

스테이블 코인 필요할까?

한국은 이미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 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와 간편한 금융 생활이 가능하다. 생체인증을 기반으로 간편 송금, 결제는 이미 일상이 되었고, 대출이나 투자도 지점에 방문할 필요 없이 비대면으로 바로 가능하다. 2024년 기준, 모바일금융 서비스의 이용률은 20~40대에서 95%, 50대에서 90%, 60대에서도 50% 에 육박할 정도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어렵고 복잡한 암호화폐나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할까?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히 '더 빠르고, 더 간편하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 결제 시장에서의 기회

한국의 결제시장의 중심에는 신용카드가 존재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이용 비중은 46.2%이며, 체크카드 16.4%, 현금 15.9%, 모바일카드 12.9%, 계좌이체 3.7%, 선불충전금 2.7%를 차지한다. 신용카드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이유는 '신용공여(외상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양한 할인이나 캐시백 혜택이 더해져 강력한 락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신용카드의 고유 기능인 '신용공여'는 스테이블 코인과는 별개의 기능이라 대체하기 쉽지 않다.


반면, 현금 기반의 결제구조인 체크카드나, 모바일카드는 '신용공여'가 제공되지 않고, 신용카드 대비 상대적으로 혜택 등이 적다.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시장에 진입하기 좋은 영역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페이와 같은 선불충전금은 현재 약 1조 원 수준에 육박한다. 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다면 비교적 전환이 쉬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상반기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결제는 52.1%로 실물카드 결제(47.9%)를 앞서고 있다.


즉, 신용카드를 제외한 나머지가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이용 비중의 약 35%에 달한다. 이는 스테이블 코인이 결제 시장에 진입하여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함을 시사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어떤 지형 변화를 가져올까?

지급결제 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은행망부터 카드사, PG사, VAN사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플레이어가 많다는 건 결국 비용이 증가한다는 뜻이고, 이러한 비용은 수수료와 정산기간(시간도 비용)을 늦추는 형태로 주로 가맹점에게 전가된다. 일부는 사용자에게 연회비 형태로 부담된다.


기존 결제망 : 복잡하고 높은 비용


기존 결제망에서는 현금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카드/간편 결제 → PG·VAN사 → 카드사/은행망 → 최종 정산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여러 중개자를 거치며 수수료가 증가하고, 소비자의 결제 승인 후 실제 가맹점에 입금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늘어난다.


체크/선불카드 수수료

오프라인 : 신용카드보다 저렴한 0.15%~1.15% 수준이나,

온라인 : PG·밴사 수수료가 붙어 합산하면 1~2%대 수준이다.

실제 가맹점 입장에서 신용카드와 큰 차이가 없음


체크/선불카드 정산기간

소비자는 결제 시 즉시 출금되나,

가맹점 정산까지는 영업일 기준으로 3~5일 정도 소요된다. (카드사·PG 정산 주기 따라 다소 차이 있음)

환불 처리 : 소비자가 늦게 결제 취소할 경우, 환불까지 영업일 기준 3~5일 정도 소요됨


결제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비용이 올라간 이유는 과거 종이 전표 기반의 결제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밴(VAN) 사가 등장하고, 온라인 결제를 위해 PG(결제대행) 사가 추가되면 서다. 그리고 이는 각 단계마다 수수료가 붙는 구조를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과 함께 간편 결제를 필두로 한 빅테크의 진격,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의 출현으로 카드사도 '카드사 직승인 서비스'를 내놓으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출처 : 경향신문, 카드사-가맹점 잇던 ‘PG’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새로운 지형 변화 : 블록체인 기반 결제 구조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개자의 역할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결제 → 즉시 블록체인 상 송금 → 지갑 간 정산 완료로 이어지면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제도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스테이블 코인도 비용 관리가 필요하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기본적으로 발행 및 운영비용, 담보 유지 비용, 네트워크 비용 등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네트워크 비용은 사용자 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더리움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면 네트워크 혼잡도(Gas Fee)따라 크게 변동하는데 대략 거래당 500~6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사업자나 사용자가 이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쓸 리는 없다. 반면 솔라나와 같이 수수료가 1원 정도로 저렴한 곳에서는 가능하지만 솔라나가 가스비를 인상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최근 스테이블 코인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독자적인 블록체인(네트워크)을 구축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USDC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인 서클은 결제를 위한 아크(Arc)를 개발했고, 스트라이프는 패러다임(Paradigm)과 협력하여 템포(Tempo)를 개발했다. 이는 거래 비용과 네트워크 성능을 직접 통제하고, 규제 준수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결국 자체 개발한 결제 전용 블록체인은 스테이블 코인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해결과제 :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우려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여러 가지 찬반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이것은 앞으로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주요 우려사항들을 보면

안정성 : 담보 자산의 신뢰성과 유동성, 발행사의 투명성이 가장 큰 문제다. 담보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디페깅(Pegging 이탈)이나 코인런(Coin Run) 등 시스템 붕괴 가능성이 항상 지적된다.

실효성 부족 : 한국의 지급결제 시스템은 이미 충분히 빠르다. 해외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할 곳도 많지 않아 실질적인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 리스크 : 결국 외화 유출, 외환규제 우회, 통화정책 충돌 우려로 이어진다. 특히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한국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구조적인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감독 사각지대 : 비은행권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 자금세탁 방지(AML) 및 고객 신원 확인(KYC) 미비, 해킹, 유동성 위기 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생태계 부족 :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다양한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충분한 가맹점이 확보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신용카드도 처음엔 낯설었다.

지금은 일상이 된 신용카드도 과거에는 낯선 결제 수단이었다. 현금 중심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세금의 투명성, 경기 부양, 금융 시스템 현대화를 위해 신용카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결국 신용카드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물론, 신용카드가 도입될 때도 긍정적, 부정적 반응이 동시에 존재했다.

긍정적 반응 : 편리한 소비 생활, 신용 거래 활성화, 경제 성장 촉진에 기여

부정적 반응 : 과도한 카드 발급과 현금 서비스 이용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 과소비 조장, 청소년 신용카드 발급 논란 등




스테이블 코인, 지형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제도적/기술적 한계로 인한 비용 고착화, 정산 지연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새로운 결제 수단의 변경이 아닌 인프라의 근본을 바꾸는 시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선택받을 만큼의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선 카드 이상의 혜택이나 압도적인 편의성이 필요하고,

가맹점 입장에서는 더 낮은 수수료, 더 빠른 정산이라는 이점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제에는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술적인 설계, 정책적 수용성, 생태계 조성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제 막 '진입 가능성'이 열린 수준이다. 실제 전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책, 기술, 사용자의 선택까지 복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정책은 ‘기존 틀을 보호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고 책임 있게 개방하는 역할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술의 잠재력을 제약하기보다, 현실적인 규칙 속에서 작동하도록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과 기술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그 변화는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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