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이동진님의 인생 모토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고 한다. 이 말도 좋지만 나는 어떻게 이 인생 모토에 도달했는지 설명하는 방식이 엄청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인생을 살다보니 귀납적으로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정말 멋있는 말이다. 그가 왜 최고의 영화평론가인지 인생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그 깊이를 알 수 있다.
이동진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생각해보니 나도 귀납적으로 얻게 된 명제가 하나 있다. 바로 "오늘 행복할 수 없다면 그 어떤 미래에도 행복할 수 없다" 이다.
심리학에는 ‘동기-위생 이론’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이론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한다고 해서 곧바로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안정적인 수입, 괜찮은 직장, 타인의 인정 같은 것들은 불행을 막아주는 조건이지, 행복 자체는 아니다. 불행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과,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늘 행복하려면 ‘조건’을 달성하는 게 아니라, 오늘 당장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찾아야 한다.
과거의 나는 위생 요인을 갖추기 위해 대부분의 노력을 기울였다. 행복은 미래에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여러 가지 조건을 달성한 상황에 닥치니 별로 행복하지 않았고, 단지 나는 평생 숙제만 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어느 정도 위생 요인을 갖추고 난 뒤에나 든 생각이니, 팔자 좋은 이야기라고 들릴 수도 있다. 이를 부정할 생각은 없고 내 자신은 여러모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평생 숙제만 하며 살았다는 감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여러 경험을 한 뒤 깨달은 사실인데, 나에게 오늘 당장 행복하는 방법이라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유산소 운동 하고, 맛있는 커피 내려마시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아무 생각 없이 과몰입해 스포츠를 보는 것, 그것들이 그냥 오늘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이었다. 나 또한 여러 경험을 하고 여러 감정을 느낀 뒤에 이러한 결론에 귀납적으로 도달했다. 특히 일을 쉬는 기간에 앞서 언급한 일들을 하며 느낀 감정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귀납적으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생에서 데이터를 많이 모아야 한다. 보고 듣고 느끼며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 필연적이다. 찰스 다윈도 비글호의 항해가 끝난 다음에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진화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지금은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터널은 언젠가 끝이 난다. 그러니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알기 위한 경험을 지속했으면 한다.
다들 오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는 귀납적으로 도달해야 하며, 그렇게 도달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 믿는다. I hope you find your way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