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를 참 못한다. 나는 20살부터 자취 생활을 했지만 여전히 요리는 못한다.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여러 메뉴를 시도해보고, 요리를 연습하기 위해 들인 시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만든 요리는 맛이 없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요리를 할 때마다 다른 방식으로 맛이 없다는 점이 최악이다.
20대 중반까지는 요리를 잘 못한다는 사실이 되게 부끄러웠다. 누군가가 집에 오면 해줄 수 있는 근사한 메뉴가 없음에 부끄러웠고, 한 명의 인간으로써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할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 스스로를 혐오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생각했나 싶긴 하지만 그 때 내 자신은 진짜로 그렇게 느꼈다.
또한 나는 30살까지 운전을 잘 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면허만 따고 한 번도 운전을 한 적이 없는 장롱면허였다. 운전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요리와 비슷하게 한 명의 인간으로써 필요한 스킬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또한 나에겐 자기혐오의 근거가 되었다.
일을 쉬고 있을 때 이 생각들이 다시 났다. 백수가 되면 보통 넘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할 일을 찾게 된다. 그래서 나는 요리를 하고 운전을 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썼다. 지금 돌이켜보면 좀 웃긴데,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기도 모자란 시간에 나는 내가 멀쩡한 인간이 되는 것(정확히는 내가 그렇게 믿은 것)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던 것이다. 어쨌든 여러 요리를 시도해보고, 평일에 서울 근교 여기저기 드라이브하러 다녔다.
다만 그렇게 시간을 투자해도 요리는 아무리 해도 늘지 않았다. 그러기도 쉽지 않을텐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할 때마다 다른 맛으로 맛이 없었다. 그러니 할 때마다 나에게 요리를 대접해서 즐겁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이 시간에 이거 왜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설거지도 참 귀찮았다. (사실 항상 귀찮다) 반면에 운전을 하며 여러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즐거웠다. 운전실력도 늘고, 내가 갈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며 성취감도 느껴졌다.
이런 상반된 감정을 느끼는 경험들이 쌓이며 어느 순간 나에게 깨달음이 왔다. 사실 요리와 운전 두 가지에 내가 시간을 투자한 목적은 같다. 나에게, 스스로 마땅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스킬들을 채우는 것이다. 다만 하나는 하면 할 수록 재미를 깨닫게 되었고, 반면 다른 하나는 하면 할수록 짜증만 쌓여갔다. 그런 감정들이 쌓여갈 때쯤, 내 자신뿐만 아니라 밖을 돌아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모든 사람들이 요리와 운전을 잘 하는 건 아니었다. 서울에만 살았던 친구는 운전을 할 필요가 없으니 운전면허조차 없고, 집들이를 가도 시켜먹은 적이 많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는 단지 나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하나의 인생을 우상화한거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어쩌면 사회로부터 주입된 이상적인 모습만을 기대했기에 "자취 10년차인데 요리를 못하는게 말이 되는가?"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이제 나는 요리를 못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그냥 요리와 관련된 재능이 부족한 사람인 것 뿐이다. 그 대신 다른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스킬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며, 다른 재능있는 사람들이 해주는 밥을 사먹으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살아간다. 과거의 나는 요리가 장점이 되길 원했지만, 사실 내 자신은 그런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지금은 내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내가 가진 것을 인정하며 살아가게 되니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