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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셀나무 Jan 13. 2024

저, 고민 있어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읽고

 큰일 났어요. 고민 좀 들어주세요. 제가  주 1회 목요일에 글을 발행하기로 마음먹었는데요, 나름의 마감일이 자꾸 미뤄지고 이러다가 주 1회가 월 1회가 될까 두려워요. 글을 쓰려고 하면 뭔가 막막하기만 하고  써지지가 않아요. 어떻게 하죠? 은유작가님?    


 

-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잘 쓸 수도 없어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독자를 위해 쓴다는 마음으로 글을 완성해 보세요.

 손님 한 명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날 문을 여는 옷 가게 주인처럼 글이 안 써져도 또 책상 앞에 앉는 거죠. 특히 개점 초기 1년은 매일 문을 열 듯이,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적어도 1년은 산책하며 사유하고 앉아서 쓰는 습관을 들이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직업적 글쓰기가 아니면 마감도 없고 원고료도 없잖아요. 그래서 글쓰기 강의나 모임에 참석하는 등 강제 장치를 만들어두는 것도 계속 글을 쓰는 한 방법입니다. 에셀나무 작가님은 글 쓰는 모임 단톡방에도 소속되어 있으니까 일 년 동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탈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쓰시면 될 것 같아요. 단톡방 작가님들께 엄청 고마워하실 날이 올 거예요.  




  


 은유작가님, 솔직히 저는 글 쓰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글을 쓰자니 부족함을 정말 많이 느껴요. 수려한 문장과 미사여구로 짜인 잘 쓴  작가님의 글을 보면 기가 죽고  부럽기도 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집니다. 제가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요?     



-  자신의 글보다 잘 쓴 글을 보고 기가 죽어도 좋은 자극이자 분발의 계기가 된다면 문제 될 것이 없어요.  쓰는 존재로 살아가며 느끼는 어떤 감정도 절필의 이유가 아니라 건필의 계기로 만드는 게 우리 글 쓰는 사람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나서 더 잘 쓰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해하는 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글을 못 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 쓴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일단 뭐든 써보세요. 글을 쓰다 막히면 상기하거나 묵혀두거나 포기한다는 세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세요. 에셀나무 작가님은 일하랴 살림하랴 아이 키우랴 그동안 책도 꾸준히  읽기 어려우셨지요?  조급해하지 마시고 꾸준한 독서 행위로 인해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고 좋은 문장을 많이 만나시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려요. 생각을 펼치고 다지는 읽기를 지나서 나만의 언어를 고르고 만드는 읽기로 도약하기 위해서요.

도서관도 에셀작가님 집 가까이 있던데 얼마나 좋은 환경입니까? 이렇게 좋은 주변 환경을 잘 이용해 보세요.    






은유작가님, 바쁘지 않으시면 한마디만 더 해도 될까요?  저는 첫 문장 시작이 가장 어려워요. 나올 듯 말 듯 머릿속에서 맴돌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다 노트북을 닫는 경우가 참 많거든요.  작가님은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시나요?



- 저도 예전엔 첫 문장 쓸 때 진을 참 많이 뺐는데요, 지금은 잘 쓰려고 하지 않고 일단 첫 문장을 빨리 쓰자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해요. 글쓰기를 등산에 비유하자면 첫 문장은 그냥 첫걸음이거든요. 북한산을 땅에서 올려다보며 '저길 언제 올라가' 하고 있으면 막막한데 일단 첫 발을 떼서 가다 보면 정상에 와 있듯이 글쓰기도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쓴 첫 문장을 나중에 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부담을 좀 덜 수 있죠. 그러니 빈 문서 앞에서 겁먹지 마시고요 인용하기, 상황을 묘사하기, 주제를 함축하기 등 첫 문장 쓰는 방법을 하나씩 적용해 보세요.   


  




 은유 작가님, 작가님 책을 보고 저 반성 많이 했어요. 글감을 독립시키라고 하시고 퇴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잖아요. 퇴고를 안 하는 건, 그림을 그리면서 밑그림만 그리고 채색을 안 하는 것과 같다고요. 그동안 제가 쓴 모든 글은 정말 허겁지겁 밑그림만 그려서 제출한  그림과 같은 글이었어요. 글감도 뭐 통일감 없이 뒤죽박죽이고요. 사실 앞으로의 글도 퇴고를 잘할 자신은 없어요. 그래도 뭐가 잘 못된 것인지는 이제 알았으니 큰 소득인건 분명해요. 매일  읽고 써보라는 작가님의 조언에 힘입어 저는 한 문장씩 매일 필사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았어요. 잘 쓴 문장을 날마다 따라 쓰다 보면 내 문장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고 훌륭한 문장을 발견하기 위해 조금 더 신중한  책 읽기도 되더라고요.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 주셔서 감사해요. 저 사실 은유 작가님 책 처음 읽어봐요. 처음엔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는데요 읽다 보니 이 책은 꼭 소장해서 두고두고 읽어야 하는 책이더라고요. 그래서 당장 결제했어요.

제가 읽은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에 왜 필명이 은유인지 말씀해 주셨잖아요. 니체 책을 읽는 세미나에 갔다가 스스로 은유라고 이름을 짓고 은유가 되었다고요. 니체 특유의 은유적인 수사에 매료되어 지은 이름이라고요

‘은유’라는 필명 참 예뻐요. 제 필명은 ‘에셀나무’인 거 아시죠? 아브라함이 브엘세바에 에셀나무를 심고 영생하시는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고 성경에 나오더라고요. 뜨거운 광야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던 고대 사람들이 시원한 바람을 선사해 주는 에셀나무아래에서   쉼을 얻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저는 에셀나무처럼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그런 사람이 되면 언젠가는 저를 닮은  글도 쓸 수 있겠지요.?     




오늘 시간 내주시고 정성껏 상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처음 만났는데도 편하게 대해주셔서 시간이 이렇게 흐른 지도 몰랐어요. 은유 작가님의  다른 책을 읽고 나면 오늘처럼 이렇게  또 만나주실 거라 믿고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읽고 평소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상담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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