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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셀나무 Mar 07. 2024

돌잔치야? 결혼식이야?

늦둥이 드디어 돌잔치하다.....

처음엔 가족끼리 조용히 치르고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기도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분들이 많아 밥 한 끼 대접하며 감사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늦둥이 그레이스의 돌잔치를 결정하게 되었다.

큰아이때와 다르게 돌잔치문화도 많이 변해 있어서 이것저것 결정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장소와 의상, 답례품에 하객들에게 보여드릴 성장과정 영상준비며 사진준비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후기 찾아보고 비교해 보며 심사숙고 정하기까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어머, 돌잔치한다며? 왜 연락 안 했어. 섭섭하네. 꼭 갈게”

조촐하게 개척교회식구들과 양쪽 가족들만 모시고 하려 했는데 친구들이며 예전 교회 지인들에게까지  돌잔치 소식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하객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레이스의 출생이 지인들에겐 거의 불임부부 아브라함과 사라에게서 이삭이 탄생한 정도의 충격이어서 그런가 아기를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의 전화가 계속 빗발쳤다.

( 당일에 연락도 없이 찾아오신 지인들도 꽤 되어서 다른 홀까지 부랴부랴 빌려야 하는 상황까지 되었다.  오신 하객들 모두  여느 결혼식보다도 손님이 많다며 깜짝 놀라셨을 정도였다. 하긴, 오신 하객들의 연령대가 주로 40, 50대다 보니 돌잔치보다는 결혼식이 더 어울리는 구성원이었다. 게다가 고3인 오빠와 같은 학급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오다 보니 누가 보면 학교 선생님 결혼식 피로연인가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  



            

돌잔치 준비를 하다가 큰아이 때의 돌잔치 사진을 오랜만에 찾아보게 되었다. 지금은 찾기도 힘든 꽃분홍 한복에 올림머리를 한 여자가 색동저고리를 입은 볼 빨간 아기와 함께 웃고 있었다. 꽃분홍 한복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북한 늬우스 여자 앵커가 입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뒤로 보이는 산수화 병풍까지. 흡사 70년대 아기 돌잔치 사진이라고 해도 전혀 의심 없이 믿을만한 사진이었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사진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니......    



                     

 목사님께선 그레이스 결혼식까지는 주례를 서야 할 텐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말씀으로 돌예배를 마치셨다. 판사봉과 돈을 잡은 돌잡이가 끝나고  태어난 후 지금까지의  성장과정이 담긴 그레이스의 영상을 시청했다.

감동 자막과 더불어 일 년 동안 자라온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과 영상 속에서도 내 모습은 어색하게 웃고 있지만 많이  힘들어 보였다. 모유를 먹이느라 염색을 못 해 흰머리가 뿌리부터 길게 자라 있어 엄마인지 할머니인지 구별도 어려운 모습, 잠 좀 맘 편히 자보는 게 소원일 정도로 늘 잠이 부족해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와 있는 모습.....(8개월 정도 먹이던 모유를 끊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뿌리 염색과 당시 핫했던 엽기 떡볶이를 먹은 일이다) 일 년 동안 무탈하게 커온 아기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동안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아기를 키우며 희생해온  엄마들도 위로받고 격려받는 돌잔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아기 생일이지만 엄마인 나를 위한 선물울 건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더욱 감사하고 기뻤다. 이런 쎈스쟁이들 같으니라고...... 마지막 순서로,  오신 하객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기 위해 남편이 마이크를 잡았다.


“ 그레이스 돌잔치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오신 분들, 그레이스 결혼식엔 오실 생각하지 마시고 어디서든 살아만 계셔주세요......”

남편의 당부에 하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바탕 웃으셨다. 



              

아기가 태어나 1년이 되는 첫 생일날을 축하해 주시려 많은 분들이 발걸음을 해 주셔서 그날만 생각하면 여전히 감사하고 뭉클하다.  하객들의  정성 어린 축하 덕분에 지금까지도 그레이스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그날 오신  하객분들에게 진심으로 전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 그레이스 결혼식엔 오실 생각 마시고 어디서든 몸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만 계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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