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전진하려는 젊은이들은 대개 스승을 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대, 그들은 아마 영원히 구하지 못할 것이다. 구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행운이다. 스스로를 아는 이는 불민하다면서 사양하는데, 스스로 자부하는 이는 과연 진정 길을 알고 있을까? 스스로 길을 안다고 여기는 이들은 대개 ‘이립’의 나이를 넘겨, 완연히 회색적이고 늙은 티가 역력하여 원만할 따름임에도, 스스로는 길을 안다고 잘못 여기고 있다. 만약 진정 길을 안다면, 스스로가 일찌감치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을 터이니, 어찌 스승 노릇이나 하고 있겠는가?
중략
젊은이가 황금 글자의 간판을 내걸고 있는 스승을 꼭 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벗을 구해 힘을 합쳐, 생존할 수 있을 만한 방향을 향하여 함께 나아가는 게 나을 것이다. 그대들은 생명력이 충만하니, 깊은 숲을 만나면 평평한 땅으로 일굴 수 있고, 넓은 들판을 만나면 나무를 심을 수 있으며, 사막을 만나면 우물을 팔 수 있다. 가시덤불로 길이 막힌 낡은 길을 물어 무엇하며, 탁하고 독한 기운으로 가득 찬 똥 같은 스승을 구해 무엇하랴!
화개집 86-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