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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May 05. 2020

진짜 행복의 고수는


사진작가 김중만은 몽골에서 촬영하다 이런 질문을 받았다. "잘 찍은 사진이란 무엇인가요?"


안 이쁜 걸 이쁘게 보이게 하는 것!


솔직하다. 그 황량한 몽골 사막에서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겠는가. 그런데 돈 받고 왔으니 프로라서 어떻게는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잘 찍은 사진은 안 이쁜 걸 이쁘게 찍는거라고.



내가 사진을 배웠을 때(학위 과정은 아님) 김00교수는 사진 잘 찍는 사람은 어떤 건지 이렇게 말했다.


가까이 있는 걸 잘 찍는 게 진짜 잘 찍는 사람이다.


맞는 말이다. 해외 나가면 이색적인 풍경에 누구나 멋진 사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것들은 특별하지 않다. 그 특별하지 않음을 멋지게 찍는게 진짜 고수다. 나의 해외 여행 사진은 많이들 '좋아요' 하지만 특별하진 않다. 고수의 사진은 '이거 한국에서 찍은거야?'라고 느낄 만한 사진이다.


고작 두 달 일했는데 다시 트레킹 하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멀리 떠나야 행복하다니 정말 하수 중에 하수다. 진정 삶의 고수는 지금-여기에서 자족하며,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다.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지금에 가치를 만드는 자가 삶의 고수다. 나는 늙으면 건강이 약해지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왠지 막연하게 고통스러울 것 같다. 계속 젊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 일.


고대 에픽테토스는 노예의 신분임에도 정신적 자유를 누렸다. 하물며 자유인인 나는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여기 나쁘진 않은데 좀 단조롭다. 나쁘지 않을 뿐이다. 만약 내가 원하는대로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을 다시 갔다. 그리고 행복을 느꼈다치자. 이 얼마나 값비싸고 시간 많이 드는 행복이란 말인가? 지금 여기에선 왜 안되는가? 그렇다면 삶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직 멀었다.


판공초의 밤하늘, 인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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