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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Feb 13. 2017

19 그런건 20대에 하고 지금은 미래를 준비해야

여행, 일, 여행을 반복하는 30대의 사진에세이.

성카탈레나수녀원. 아레키파, 페루. 2016


그런건 20대에 하고 지금은 미래를 준비해야 할 나이 아니니?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겪은 일이다. 친분이 약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넌 집에 돈이 많나봐?”

“응?! 아닌데….”

“그럼 어떻게 그렇게 여행을 자주 다니니?”

“번 돈으로 다니지. 돈 벌어서 여행가고 떨어지면 다시 돈 벌고.”

“그런건 20대에 하고 지금은 미래를 준비해야 할 나이 아니니?”   

  

  여행 생활을 하면서부터 이런 류의 원치않는 조언(?)을 참 많이 들어왔다. ‘젊을 때 벌어야지 너 이러다 늙어서 고생한다.’, ‘너 여행 끝나고 귀국하면 뭐할건데? 요즘 취업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 일자리 알선같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도 아니면서 남의 삶을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며 들쑤시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가족이라면 워낙 가까운 사이기에 걱정으로써 받아들이겠다. 조언을 할 만한 선도적인 경험을 가진 자의 말이라면 귀기울여 듣겠다. 그러나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그런 말을 한다면 그냥 흘려듣는다. 


  타인의 불편한 조언은 우리 사회에서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응당 겪어야 할 시련일테니 평온한 마음으로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직접 아는 사람에게 단톡방에서 이런 얘길 들으니 불쾌한 감정이 발톱의 때만큼 조금 들었다. 그 질문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긴 많았지만 “간섭 ㄴㄴ”라고 짧은 메시지만 보냈다. 


  나는 그 작은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내 자신이 한심했다. 그런 말들에 태연할 줄 알았는데 아직 감정이 동요되다니…. 이런 것들에 마음이 동요해선 안돼, 불쾌해서도 안돼. 내가 좋아하고 내가 선택한 길인데 다른 사람이 뭐라 한들, 원치 않는 걱정을 해준다 한들 신경쓸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내가 선택한 길 뒷면에 초라한 모습을 들켰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 남루한 모습도 나인 걸, 그 초라함, 불안함도 함께가야지. 부끄러워하지 말아야지. 사실 그런 질문은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어. 


“남 걱정은 그만하고 각자 잘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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