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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Feb 13. 2017

20  편도티켓의 로망

여행, 일, 여행을 반복하는 30대의 사진에세이.

세체니 다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2015

  편도 티켓 달랑 하나 끊고, 돌아옴에 구속받지 않고 떠나는 여행은 낭만적인 듯 하다. 첫 여행부터 중국 윈난 여행 전까지는 편도 티켓으로 다녀왔다. 이유는 편도 티켓의 로망이 아닌, 단지 시간이 많이 때문이었다. 돌아갈 회사도 없고, 부모님 외에는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다. 또 워낙 계획 세우는 일을 귀찮아하여 즉흥적으로 다니다가 적당히 돈 떨어지면 돌아올 생각이었다.


 첫 아시아 여행은 3개월 반을 여행하다 돌아왔고, 두 번째 유럽 여행은 3개월 정도 있었다. 세 번째 아시아는 한달 반, 그리고 유럽을 한 달 정도를 다니다 돌아왔다. 이 돌아오는 타이밍에는 공통점이 있다. 여행이 때때로 지치거나 단조로워질 때 귀국하는 가장 저렴한 티켓을 끊고 돌아왔다. 예를 들어 첫 유럽여행 때는 까미노 순례길을 마치고 이탈리아에 있었을 때, 날씨도 더워지고 한 결 같은 유럽 도시의 모습에 흥이 나질 않았다. 스페인 까미노 이후 체력적으로 지치기도 했었다.

 ‘겨우 여행 2~3개월 만에 지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랬을수도 있고, 잠시 감정이 침체되는 시기에 즉흥적으로 돌아온게 아닌가 싶다. 두 번째 유럽여행에서는 크로아티아를 가는 바람에, 그 곳이 나와는 잘 안 맞아서 그냥 확 한국가는 티켓을 질러버렸다. 차라리 체코 프라하에서 크로아티아로 가는게 아닌, 더 동쪽으로 이동했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해 아시아 여행에서는 귀국할 때 저렴한 티켓을 구하지 못해 곤란했었다. 태국 방콕에서 20만원 정도면 귀국 티켓을 구할 줄 알았지만 그 당시 거의 40만원에 육박했다. 결국 베트남,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하는데 40만원 정도 든 건 마찬가지였지만 두 나라를 여행 후 돌아온 셈이다. 


  이 후 여행에서는 왕복 티켓으로 다닌다. 한 달 동안의 중국 윈난, 100일의 남미 여행도 왕복 항공권으로 다녀왔다. 여전히 돌아갈 직장이나 기다려주는 사람은 없다. 단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이 부족해짐을 느끼고, 다라서 한정된 시간과 예산으로 도욱 농축적인 여행이 되고 싶다. 만약 예상치 못하게 여행한 곳이 너무 좋아서 더 있고 싶어진다면? 아쉬움을 가슴에 묻고 다시 오면 된다. 이젠 왕복 티켓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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