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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Feb 17. 2017

26 여행하며 배우고 싶은 것들1

여행, 일, 여행을 반복하는 30대의 사진에세이.

세체니다리. 부타페스트, 헝가리. 2015


  여행은 그저 돈쓰며 놀러다니는 것인데 무슨 배움이 필요하겠냐만은, 욕심이 많아서, 더 즐기고 싶어서, 여행을 위해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다. 


  먼저 외국어. 나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특히 듣기가 취약하다. 생존 영어만 되는 수준이라 그렇저렇 짧은 영어로 탈 없이 다녔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원할했다면 여행이 더욱 풍부해졌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행 중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분명 즐거운 대화를 나눌 것이다. 에콰도르 키토의 한 호스텔에서 만난 40대의 영국인은 자신의 이전 직업이 상업 사진가랬다. 그는 한국인 여자친구와 남미를 여행중이었다. 그와 카메라, 영궁의 사진 업계 이야기를 하며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었다. 선배 사진가인 그에게 궁금한 것이 사실 많았다. 영국에서는 건당 페이가 얼마인지,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등 많은 궁금증이 있었지만 영어가 짧은 나는 단순한 질문들만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키크고 잘 생긴 훈남 아일랜드 여행자는 백팩킹 장비(텐트, 침낭 등)를 가지고 다녔다. 나도 백팩킹을 주로 하고 싶었기에 그는 나의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남미의 어느 트레킹을 갔는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는 내가 가고 싶어했던 페루 쿠스코 근처의 아우상가테 산을 투어 트레킹이 아닌 직접 다녀왔다고 했다. 최소 4박의 일정이 필요한 고산 트레킹을 다녀왔다니 흥미로웠다. 그런데 등산 도중 강도를 만나 돈과 카메라 등 장비를 다 털렸다고 했다. 사실 여기서 본인이 강도 당했는지, 일행이 강도를 당했는지 제대로 이해 못했다. 그는 미국의 펍에서 서빙을 하며 모은 돈으로 여행을 다녔는데 그러한 라이프 스타일이 나와 비슷하다. 저녁에 맥주 한 잔하며 여행에 대한 수다를 떨면 재밌었을텐데 언어적 한계로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페루 와라스의 산타크루즈 트레일을 할 때 만난 40대의 이탈리아인은 나와 한 텐트를 사용하였다. 우리 둘 만이 혼자 왔기에 텐트를 함께 썻다. 첫째 날 밤은 서로 대화없이 자다가 다음날 아침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먼저 물었다.      


“넌 직업이 뭐야?”

“난 우체부야”

“오호~ 그런데 휴가가 매우 길구나.”

“아니, 난 일을 그만두고 왔어. 지금은 쉬는 기간이야.”

“아니 왜?!” 우체부라고 하면 공공기관의 이미지여서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생각했다. 

“난 일 년에 6개월만 일해. 성수기에만 일하지. 그 기간에만 회사와 계약을 해. 지금은 일이 끝나서 쉬는 기간이야.” 


아니 세상에, 성수기에만 일을 한다니! 고용주의 입장에선 꿈의 노동 방식이다. 일은 그렇고, 가족이 있다면 이렇게 길게 여행하기 힘들지 않을까? 이번엔 결혼에 대해 물어봤다.


“결혼 했었지. 그런데 근래에 이혼했어.”


무거운 이야기를 서슴없이 말한다. 왜 이혼했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이탈리아 경제가 어렵지 않냐고 묻자, 한국인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듯 마구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탈리아는 썩었어. 부패한 관료, 대기업, 마피아가 얽히고 설켜 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또 좋은 일자리는 이미 정해져있어. 의사의 아들은 의사가 되고, 청소부의 아들은 청소부가 되지. 대기업의 일자리는 공개 채용이 아닌, 이미 내정되어 있어. 그래도 우리 부모 세대는 은퇴하고 나서 많은 연금을 받았는데 나 때에는 그 시절을 절대 꿈도 못 꿔. 내 친구들도 그렇지만 아이를 낳지 않아. 그래서 출산율이 낮은게 사회적 문제야. 만약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면 그 아이에게 3억의 빚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국가부채가 높다). 앞으로 연애는 할테지만 아이는 낳지 않을거야. 만약 당장 낳는다고 해도, 아이가 20살이 되면 난 이미 60이야. 나라 꼴로 봐서는 둘 다 암울해.”


  자기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한국의 사회 문제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했다. 출산율은 한국이 세계 최악이며(2012년 기준 이탈리아 1.40, 한국 1.30), 경제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삶의 질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깊이있게 나누고 싶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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