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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Feb 17. 2017

27 여행하며 배우고 싶은 것들2

여행, 일, 여행을 반복하는 30대의 사진에세이.

샤시, 중국 윈난. 2015


  외국어를 잘하는 것은 여행하며 외국인과 대화를 즐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영어를 잘 못알아들어서 때로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기도 한다. 팀 트레킹을 하다보면 가이드가 중요사항을 공지한다. 우린 몇시에 출발할 거다, 저기는 가지마라, 저긴 돈 내야 한다, 저곳으로 가면 위험하다 등 중요한 정보를 못 알아 들어서 곤경에 빠진 적도 있다. 한 번은 트레킹 도중 오전에 가이드가 몇시에 어디서 밥 먹을 거다 라고 공지하였다. 그런데 난 그 곳을 잘 못알아듣고 어딘가에서 만나겠지 하며 혼자 나아갔다. 결국 그 날 점심은 굶었다. 


  외국어 다음으로 배우고 싶은 것은 요리이다. 물가가 비싼 나라를 여행할 경우 음식은 직접 해먹는 것이 필수이다. 영국, 프랑스 등 물가가 비싼 나라는 한 끼 식사가 보통 15000원 정도 하니 매끼 매식을 할 순 없다. 다행히도 마트의 물가는 한국보다 싸서 직접 요리할 경우 식비를 꽤 절약할 수 있다. 문제는 난 요리파괴왕이다. 오랜 자취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할 줄 아는 음식은 자면밖에 없다. 심지어 아는 식재료도 없는 외국에선 제대로 요리해 먹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기껏 해먹는 거라곤 소고기 사서 그냥 구워먹는다. 고기의 핏기도 안 빼고, 밑 간도 안하고 그냥 후라이팬에 굽는다. 이렇게 먹으면 어찌나 질기고 수분이 넘치는지…. 소고기를 맛없게 요리하는 것도 참 재주다. 때로는 싸다는 이유로 알 수 없는 부위를 사서 알 수 없는 맛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매일 그런 음식을 먹다보면 가끔 내가 사료를 먹고 있나 하는 기분도 든다. 하지만 정말 요리를 잘 해보고 싶다고 느낀 때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숙소에서 였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는데 숙소 주방에서 어느 여행자가 저녁을 준비했었고 맛있는 냄새가 난다. 매콤한 소스의 냄새였는데 식탁엔 이미 드레싱 된 샐러드가 준비되어있었다. '뭘까?'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은 그저 일상적인 모습이었는데 나는 무언가 허전해졌다. 그곳에는 젊은 여행자 커플이 다정하게 음식을 준비하던 것이다. 


  나에게 음식이란 일신의 생존을 해결해주는 수단일 뿐인데 그 커플의 요리하는 다정한 모습을 보니 음식은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임을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나도 지난 날 함께 먹었던 식사가 참 즐거웠었다. 친구, 연인 가족끼리 먹고 마시는 식사는 일상적이지만 행복한 순간들이다. 음식마저 맛있다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함께하는 음식이 꼭 가족, 연인, 친구가 아니어도 좋다. 여행 중 만난 사람과 맛있는 한 끼, 그것도 괜찮다. 맛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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