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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Feb 20. 2017

28 여행 매거진을 만들다

여행, 일, 여행을 반복하는 30대의 사진에세이.


셀프 출판했던 잡지에 대해 얘기하려니 창피해서 손발이 오글거린다. 잡지 이름 '여행 사진'을 나눠주었던 지인들에게 다시 회수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 책이 대체 뭐길래?

직접 제작한 여행잡지... 아직도 집에 여러권 남아있다. 


  왜 매거진의 형식이었을까? 원래 글을 쓰는 것엔 욕심이 있었다. 책 내서 돈 벌고 유명해지고 싶어서는 결코 아니다. 한 사람의 생각과 행적에 관한 기록, 아카이브적 성격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삶의 다양성에 대한 작은 외침이었다. 아니면 그 대 독립잡지가 이슈가 되고 유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겉표지에 창간 준비호라고 써 있는 걸 보니 그 땐 지속적으로 발행하고 싶었나보다.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일단 쓰기 시작했다. 글과 책의 완성도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오죽하면 부족한 퀄리티를 '창간준비호'라는 표지의 글자로 때우려 했을까? 그 만큼 빨리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다. 편집 프로그램은 인디자인을 사용했는데 몇 년 전 한 번 배운적이 있다. 하지만 기억이 안난다. 레이아웃이나 편집도 엉망진창이었다. 하단 페이지는 양쪽 정렬이 안 되고, 실수로 페이지 숫자에 가운데 줄이 그어졌는데 어떻게 되돌리는지 몰라 가운데 줄 그은 상태로 인쇄했다. 그 땐 CMYK, 출력도 잘 몰라서 인쇄 사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야경 사진의 경우 어두운 부분의 티테일이 완전 죽어 있었다. 

인쇄소를 알아보는 것도 가격이 우선이었다. 홍대 근처 이곳저곳을 알아보긴 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처음엔 50부, 20만원대로 생각했다. 그런데 50부를 어떻게 처리한담? 다행이 소량 인쇄도 해주는 곳이 있어 30부에 약 14만원을 지불하고 을지로에 있는 인쇄소에 맏겼다.  책의 재질은 겉표지는 아트지 210g 광택, 본문은 아트지 110g 광택으로 했다. 50페이지짜리 작은 책이었다. 완전 싸구려티가 났다. 조금 과장하면 냉장고에 붙어있는 전단지 모음의 퀄리티였다. 형편없는 완성물이지만 그래도 처음 인쇄물을 받았을 땐 뿌듯했다. 그리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시간이 지나고 들춰볼수록 부끄러워진다. '좀 더 글을 잘 쓸껄, 돈을 더 쓰더라도 고급지게 만들껄., 차라리 만들지 말껄... ' 

그 이후로 셀프 출판은 완전 마음을 접었다. 여전히 글에 대해선 욕심이 있다. 잘 쓰면 좋겠지만 등단하거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려는 건 아니기에 욕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싶고, 조금이라도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하다. 최근에는 전자책을 만들까도 생각했다. 만드는 건 어렵지 않지만, 전자책 시장이 워낙 작고 유통,마케팅이 어려워 봐주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아. 근데 정말 다시 회수할 순 없을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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