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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Feb 20. 2017

30 미얀마 여행, 난 사실 별로 였어.

여행, 일, 여행을 반복하는 30대의 사진에세이.

 

바간 일출. 미얀마. 2015

 미얀마를 왜 가기로 결심했을까?

  일하던 직업의 계약 기간이 끝났다. 다시 떠날 때가 되었다. 어디로 갈까? 사실 가고 싶었던 곳은 중국의 윈난이었다. 2월 초까지만해도 윈난 루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냥 머리속에 미얀마가 들어왔다. 


   3년 전, 인도 여행을 준비하던 때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인도가 나를 부른다.' 내가 원해서 간 것이 아닌 인도가 나를 불렀다고. 이런 말도 있었다. 인도에 갔다오면 인도병이 생기더란다. 이미 다녀온 지금 생각해보면 객관적으로는 과장된 말들이지만 한 때 인도 여행이 유행이었고, 나도 그런 말들에 영향을 받아 그곳에 갔었다. 


    미얀마 여행을 준비하면서 비슷한 말을 보았다. 미얀마는 인연이 있어야 올 수 있는 나라’라고. 아무나 못 오는 것이라고. 미얀마병은 있었다’이런 문구도 봤었다. 인도처럼 비슷한 문구가 저개발국가이면서 여행자들이 쉽게 가지않고, 문화적 다양성이 풍푸한 나라에 돌고 도는 말들일까? 이 것만으로 미얀마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모험심을 자극하는 낯선 곳, 아직 자본에 때 뭍지 않는 순수한 주민들, 풍부한 문화 유적과 자연 환경이 살아있는 곳일 거란 느낌이 들었다.


  미얀마 여행은 순전히 충동적이었다. 아마도 그 충동 구매를 자극했던 것은 스티브 맥커리가 있다. 사진가라면 누구나 그의 작품을 알고 있을 만큼 대중적인 다큐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그의 사진 중 미얀마에서 찍은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다큐적이면서 감성있는 현지의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은연 중 나는 맥커리의 피사체를 쫒고 있던 것이다.  당연히 맥커리 같은 사진은 찍지 못했다. 그러나 여행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이것 때문은 아니었다. 

따웅따만 호수의 아이들. 만달레이, 미얀마. 2015


저개발국가라고해서 항상 저렴한 경비가 아니다. 

  미얀마 여행은 은근히 경비가 많이 든다. 태국과 한 시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항공료가 비싸다. 직항은 대한항공 밖에 없으며 저가항공의 경우 태국을 경유해야 한다. 또한 55,000원의 비자값도 배낭여행자의 입장에서 부담될 수 밖에 없다.  

  문제의 경비는 항공료, 비자값이 아닌 숙박비다. 현재 미얀마는 개방 정책으로 인해 급속이 변화, 발달해가고 있으며, 그에 비해 숙소는 매우 부족하다. 또한 숙박시설은 배낭 여행자들이 즐겨다니는 호스텔보다는 호텔 위주이다. 따라서 하루 숙박비가 보통 20달러이다. 내가 머물렀던 양곤의 숙소는 4인 도미토리 16달러였는데, 호스텔월드에서 검색한 최저 가격이다. 만달레이, 바간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동남아 국가의 물가와 비교했을 때 매우 비싼 가격이다. 


  입장료 또한 만만치 않다. 바간의 경우 지역을 입장하는 것만으로 20달러를 내야 한다. 물론 외국인만 해당된다.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 입장료는 8달러 등 대부분유적지와 지역 입장료가 있다.  교통비도 예상보다 더 지출해야 한다. 시내 이동의 경우 택시를 타야 한다. 지하철은 존재하지 않고, 버스는 있으나 번호, 노선도가 현지어로 되어있어 타기가 어렵다. 미얀마 택시는 대부분 미터기가 없다.  시내 이동의 경우 3달러 정도인데 왕복하면 6달러, 공항이나 버스터미널싸지의 요금은 경우 6~8달러가 든다. 


날씨도 매우 중요하다.

  내가 여행 간  시기는 3월 중순이었다. 동남아 지역의 여행 적기는 12~2월가 좋고 안 좋은 계절은 건기에 해당하는 3~4월이라고 한다. 정말 3~4월은 피했어야 한다. 더운 건 항상 더우니 문제가 아닌데 하늘이 마치 황사처럼 뿌옇다. 비가 오지 않아 공기 중의 먼지가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본 모습은 뿌연 연기가 마을에 스멀스멀 퍼진 것처럼 보인다. 나는 탁트인 대지에 푸른 하늘이 펼쳐진 풍광을 좋아하는데 여행 중 하루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여행 시기를  잘못 선택한 것이 문제의 반이었다.


보시하는 아주머니. 바간, 미얀마. 2015


결정적으로 아팠다. 엄청나게. 살면서 그렇게 아픈적은 처음이었다. 

바간에서의 마지막날, 여행 중 만난 분과 숙소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던 도중 웨이터가 서비스로 꼬치구이 여러 개를 내주었다. 그 때 먹었던 꼬치구이... 먹지 말았어야 했다. 하필 내가 평소 좋아하는 꼬치요리라니. 그 요리는 마치 나를 독살하려고 내준 음식같았다. 동행자는 안 먹고 나 혼자 먹었는데, ‘아 조심했어야 했건만...’. 숙소에 돌아오자 마자 폭풍 설사가 시작되었고, 사실 한 두 번 장염 걸린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설사와 함께 고열이 엄습하였다. 

다음날 진료소에서 약을 처방받았지만, 일종의 진통제일 뿐이었다. 먹으면 그 때만 잔깐 괜찮아질 뿐이었다. 설사, 고열까지도 괜찮았다. 이젠 장을 쥐어짜는 듯한 복통까지...  이제 곧 야간 버스타고 양곤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만약 버스에서 설사가 발생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기저귀라고 입고 타야하나?’ ‘아 신이시어....’ 다행히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음에 안도했다. 그러나 사용금지. ‘그래.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화장실 문 따고 폭파시켜 버리자. 어쩔 수 없어...’라고 다짐했다. 다행히 화장실을 폭파시킬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양곤에 도착했다. 

너무나 아팠기에 병원까지 움직일 기운조자 없었고, 방콕으로 넘어와3일을 침대에서 끙끙 앓며 보냈다. 살면서 4일 동안 한 끼도 안 먹은 적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워낙 통증이 심해 배고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나의 체중도 쭉쭉 빠져나갔다. 굶었지만 건강의 손실은 없었다. 5일째 겨우 스프를 먹고 6일째부터 거의 쾌유되었다. 

  원래 미얀마에 3주간 있을 예정이었으나 2주만 지내고 방콕으로 돌아갔다. 비행기표 일정 변경이 불가능하여 11만원을 날리고 재구매했다.  여행다니면서 비행기 티켓을 날린 것은 처음이기에 이것도 굉장히 속쓰렸다.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바간, 미얀마. 2015


  힘든 일을 중심으로 쓰다보니 미얀마 여행이 매우 안 좋게 보일 수 있지만 즐거웠던 것도 많았다. 바간의 일출 때 벌룬이 뜨는 모습은 마치 천년 고도의 유적위로 현대 문명이 떠오르는 듯한 초시간적 감상에 빠지게 된다. 또한 저소득 국가는 지나친 호객과 상업화로 인해 피곤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아직까지는 사람들은 친절하고 호의적이다.  특히 여행자의 안전에 대해서는 가장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라일 것이다. 억압적인 국가 권력 때문이 아닌 사람들은 선한 불교적 성품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미얀마는 현재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외국 자본에 시장을 개방하여 급속히 변하고 있다. 발전속에서 그 어떤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 전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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