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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라 Mar 06. 2017

3. 에콰도르 피친차 트레킹

남미의 트레킹을 거닐다

정보 

소요시간 : 왕복 6시간

준비물 : 점심식사, 물 1리터 이상, 선크림(안바를시 화상입을 수 있음),      

언덕에서 돌아본 풍경

  그저께 트레킹은 즉흥적으로 올라갔기에 준비도 없었고, 무리였다. 오늘은 오전 8시에 호스텔을 나와 물 1리터와 점심 샌드위치를 산 후 버스를 타고 다시 텔레페리코로 갔다. 셔틀 버스를 타고 8.5달러의 케이블카비를 지불한 후 바로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다행이 지난번보다 컨디션이 훨씬 좋다. 오르막을 올라도 숨이 많이 가쁘지 않고, 머리도 산듯하다. 지난 번 트레킹을 중단한 건 매우 잘한 일이었다. 코스가 생각보다 짧지 않으며 언덕을 더 올라야했다. 또 오늘은 구름이 끼었던 그제보다 날씨가 좋다. 


  약 두 시간쯤 걸었다. 언덕을 넘어 평지를 걷다 봉우리는 가까워지지만 보이는 것처럼 직선길이 아니다. 오른쪽으로 돌아 산의 비탈을 뒤집은 U자처럼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이 길이 수월하지 않다. 이 때부턴 길이 바위암석도 있는데 때로는 경사가 있어서 담을 넘듯 두 손 두 발을 써서 넘어가야 한다. 이 정도면 수월하다. 오르막길도 괜찮다. 이젠 모래 언덕이 나온다. 

‘세상에! 내가 트레킹은 좀 다녀봤지만 모래로 된 언덕을 올라야한다니!’


 한보를 걸어도 모래의 반작용 때문에 반보처럼 느껴진다. 체력은 두 배로 소모되는 것 같다. 경사도 높지만 거리도 꽤 멀다. 발자국도 남아있지 않아 어디가 길인지도 명확히 구분이 안 된다. 그저 앞 사람 가는 길로 갈 뿐. 여기서 포대자루로 썰매타고 갔다간 아마 골로 갈 것이다. 뒤돌아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면 모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모래언덕

  힘들게 봉우리의 가장 윗 부분에 올라왔다. 사람들은 담처럼 생긴 거벽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올라가봤다. ‘세상에 절벽이다! 참으로 용감한 분들이구나.’ 낭떠러지 절벽은 아니고 협곡의 봉우리 부분이어서 반대편 산맥이 보이고 60도 가량 경사인 비스듬한 절벽이다. 

해발 4600m의 풍경은 생각보다 조금 달랐다. 설산이 아니다. 눈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지리적으로 적도에 위치해있는 열대기후여서 여기까지 올라와도 춥지 않다. 그리고 저 멀리 도시가 보인다. 이 정도 높이면 오지 중의 오지일텐데 저 멀리 키토가 보인다. 

바위에 앉아 풍경을 본다. 높은 곳에 올라오니 특유의 감정이 생긴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라. 고산이어서 호흡이 가빠진건지, 내 심장이 쿵쿵 뛰는건지 분간이 안 돼.

최종 도착지에서 본 올라온 길


  20분 가량 바라보다 하산길에 나섰다. 모래늪 갔던 길은 내리막길에서는 오히려 수월하다. 모래에 발이 파이기 때문에 넘어질 일이 없다. 하산은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내려오는 길에 손잡고 걷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이런 곳에서 산책을.. 스케일이 다르군.’라는 생각보다는 함께 산을 올라온 자체가 멋있다. 트레킹을 다니다보면 가족, 연인끼리 다니는 모습을 종종본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내려올 때 50대 후반의 폴란드 부부를 만났는데, 그 모습이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인다. ‘나도 아마 다음생엔 가능하겠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 이미 체력이 방전되었다. 오늘도 택시를 타고 호스텔로 돌아갔다. 피치차산 트레킹, 체력 소모가 크고, 길은 힘들고, 풍경은 조금 별로여서 강추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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