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라 Mar 07. 2017

8. 산타크루즈 트레킹 비하인드 썰1

남미의 트레킹을 거닐다. 

푼타유니온에서 내려오는 길에 본 둘째 날 야영 장소 타울리팜파.


   산타크루즈 트레킹 첫날 바께리아 마을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트레킹을 준비하였다. 푼 짐은 나귀에 싣는데 유독 내 짐만 싣지 않는 것이다. 정말 마지막까지 내 짐을 나귀에 싣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여자 가이드가 내게 다가왔다. 첫인상은 네팔 사람 가이드 같았다. 동양인의 피부이지만 검게 탄 피부, 한 갈래로 땋은 검은 머리, 외꺼풀에 처진 눈, 둥글고 땅땅하게 생긴 얼굴 윤곽 등 고산지대의 이미지 그 모습이다.      


“너의 짐은 니가 들어. 나귀 짐이 무거워서 더 이상 실을 수 없어.”     


어이상실... “뭐라고?!” 나는 딥빡을 느꼇다. 

38리터의 배낭과 크로스백 카메가 가방이 가벼워보이긴 하다. 하지만 가벼워보인다고 직접 들라니 이건 무슨 논리인가? 특히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사진이 집중하려고 했는데 기대가 무너져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돈을 지불했고, 개인의 짐을 들어주기로 했어! 웃기는 소리하지마!”     

하지만 그녀는 쌩하고 가버렸다. 나는 정말 내 모든 짐을 메고 트레킹을 나섰다. ‘내가 가장 가볍게 들고왔는데 왜 내 짐만 안된다는 거야?’ 이럴 땐 괜히 인종차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남미에서 아시아인 차별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뭐 여행하면서 불친절 당하는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이 문제는 좀 심각하다. 나는 첫째 날 트레킹 내내 분노에 차올랐다.     

중간쯤 걷다가 가이드가 내게 말했다.      


“들어줄까?”     


어의가 없었다. 그녀는 선의로 말한 것이지만 내겐 다시 짜증이 왔다. 


“필요없어. 당신이 힘들고 불편할 바에야 그냥 마음 편하게 내가 들고 말지.”     

“아니 내가 드는게 아니고 내 남자친구(조리사)가 들어줄거야.”     

“필요없어.” 

난 여전히 분노가 풀리지 않은 상태, 즉 삐져있었다.     

한편으론 깊은 분노를 느끼는 내 자신이 참 한심했다.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살고 싶다. 에콰도르 키토에서 스마트폰 도난당한 이후로, 그 만큼의 깊은 빡침이었다. ‘평정심을 되찾자. 되찾자...’ 되뇌이며 걸었다. 한편으론 남은 트레킹 일정이 컴컴했다. 삼각대, 카메라 렌즈 등 이 무거운 걸 들고 계속 가야한다니...      

다음날 아침 가이드는 내게 15리터 크기되는 봉투를 하나줬다.      


“너의 짐은 여기에 담아.”  


난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그냥 배낭을 실으면 될 것을 왜 나에게만 꼴랑 봉지 하나 주고 실을 짐은 제한하는 것이냔 말인가!  열받아봤나 나만 손해다. 평온을 얻기 위한 시련이라 생각하고 수긍했다. 침낭, 옷 등 몇 개 넣었다. 여전히 삼각대, 여분의 렌즈는 모두 배낭에 담고 걸었다.     

작가의 이전글 7. 페루 와라즈 산타크루즈 트레킹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