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라 Mar 07. 2017

9. 산타크루즈 트레킹 비하인드 썰2

남미의 트레킹을 거닐다

타울리라후산, 5830m


첫째 날 야영지에서 스태프들이 나눠 준 침낭을 들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침낭을 펼치자...     


‘오마이 갓. 이게 무슨 냄새야?!’     

땀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마치 어젯밤 거구의 남자가 자는 내내 땀을 흘린 듯한 느낌이었다. 여긴 해발 3800m이고 밤이 되자 춥다. 덮지 않을 수 없다. 다행이 얇은 개인 침낭이 있어서 내 침낭 위에 냄새나는 침낭을 덮었다.      


냄새만 있었다면 괜찮았다. 그 날 밤 악몽을 꾸었다.      

나는 행성 어딘가에서 살고 있었는데, 저그 종족처럼 생긴 벌레들한테 공격당하는 꿈이었다.      

‘이거 설마? 나 혹시 또?’ 


잠에서 깨자 꿈에서 물렸던 팔을 봤다. ‘휴 다행이군.’ 베드버그에 물린줄 알고 매우 걱정했다.      

아침에 일어나 개울물에 세수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설마... 세상에... 여행다니면서 참 많이도 베드버그에 물려봤지만 얼굴에 물린적은 처음이다. 온몸을 꽁꽁 싸맷기에 오픈되었던 목과 얼굴을 문 것이다. 벌레에 물린 사람은 나 뿐이 아니었다. 나와 같은 텐트에서 잤던 이탈리아인 안토니오는 이마가 마우스크기 만큼 부어 있었다. 다른 멤버들도 팔뚝 등 군데군데 물려있었다.      


‘이런 형편없는 침낭을 주다니!’     

난 특히 벌레 물린데 민감하여 더욱 짜증이 났다. 하지만 어떻하리. 산골 한구석이라 침낭을 새로 구할수도, 당장 마을로 떠날수도 없다. 커믈레인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더욱 무서운 건 둘째 날은 더욱 추운 밤이다. 매우 냄새나고 베그버그 가득한 침낭을 덮어야 한다니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둘째 날 추위는 최고조였다. 처음엔 침낭을 바닥에 깔고 잤다. 하지만 살을 마비시키는 듯한 냉기에 결국 베드버그 침낭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베그버그의 상흔은 더 많아졌다...     


트레킹의 종점인 카샤팜파 마을에 도착했다. 나는 스태프들도 차를 타고 마을로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은 새로운 트레킹팀을 맞이했다. 우리팀 트레킹이 끝나고 바로 다음 트레킹팀을 이끌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의 침낭들도 고대로 실어갔다. 계속 이런식으로 한 번도 빨지 않은채 침낭을 썻던 것이다. 

     

이제 시작하는 신남에 들떠보이는 트레커들이여... 부디 맨탈 잘 챙기길...


작가의 이전글 8. 산타크루즈 트레킹 비하인드 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