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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로마, 장엄한 바티칸

로마 여행기 1

by 새벽강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All roads lead to Rome.)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Rome wasn’t built in a day.)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


현지 가이드는 로마 투어를 오래된 서양 속담 풀이로 시작한다. 속담의 배경이 될 정도로 로마는 서양 문화의 근간 그 자체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보여준 경이로운 도시,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한 로마의 명소와 기억들.


바티칸 광장의 분수


교황의 선종과 성 베드로성당

스위스 루체른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기 위해 알프스를 넘던 도중에 일행 중 한 명이 교황이 선종하셨다는 뉴스를 전한다. 교황이 돌아가셔서 우리 팀의 로마와 바티칸 방문 일정에 지장이 없을까? 정확히 알아본 결과 현 프란체스코 교황(여행 당시)이 아니라 베네딕트 16세 전 교황 선종 소식이었다. 예상치 못한 소식은 우리의 로마 여행을 더욱 특별한 시간 속으로 이끌었다.

바티칸박물관의 나선형 계단

로마 투어는 바티칸박물관과 성 베드로 대성당(산 피에트로 대성당) 관람에 이어 로마 시내 명소 투어로 이어진다. 대개 시스티나예배당에서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을 관람한 후 바로 내부 계단과 복도를 통해 베드로성당으로 이동하는데, 오늘은 선종 미사로 인해 그 통로가 폐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박물관 내의 나선형 계단으로 내려와서 박물관 출구로 나왔다. 그런데 나선형 계단 자체가 하나의 큰 예술품 같다. 구조나 형태도 훌륭하고, 둥근 계단 난간을 따라 아름다운 청동 조각이 계속 이어진다.

바티칸 광장 가는 길

다시 바티칸 성벽 밖을 ㄱ자로 돌아 산 탄젤로성으로 이어지는 통로 아래를 지났다. 또다시 줄을 서고 검색대를 통과하여 마침내 바티칸 광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온 교황 추모객과 관광객들로 출입구와 광장 초입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정면에 햇살을 곧장 받아 베이지색으로 빛나고 있는 대성당의 당당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 쿠폴라와 코린트양식의 큰 기둥들, 그리고 대형 조각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가이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톨릭 성당이며 최대 수만 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하였다. 종교의 위대함이 종교시설의 거대함에서 오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우리 인간은 그런 영향도 많이 받는 것이 아닐까?

높은 돔과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는 성 베드로 성당과 바티칸 광장

인파 속에서 우리 일행의 작은 깃발에 쓰여 있는 한글 몇 글자를 보고 한 외국인이 ‘꼬레아’라고 알아본다. 한글에 능통하다기보다는 한국의 문자임을 알아채는 정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류의 영향으로 이제 우리 한글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들은 갈수록 늘어갈 것이다.


교황 장례식 참배

양팔로 세상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는 바티칸 광장을 둘러본다. 중앙의 오벨리스크는 네로 황제 시대의 공연장 장식이라고 한다. 둥근 광장 좌우에는 큰 분수가 하나씩 놓여 있다. 이 분수는 예전에 멀리서 온 순례자들의 세례의식을 위해 설치된 것이다. 광장에는 야외 의자가 가득 놓여 있는데, 이번 장례식과 같은 대규모 행사에 사용된다고 한다.


성당 정문 들어가는 긴 줄

성당으로 들어가는 긴 줄에 우리도 합류하였다. 그때부터 사람과 사람에 떠밀려 조금씩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성당 안이다. 여전히 긴 줄 속에서 천천히 이동 중이지만 앞에서 울려 퍼지는 성가를 들으니 실감이 난다. 아쉽게도 입구 오른편에 놓여 있는 피에타 상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피에타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멈춰버리면 이렇게 많은 인파가 질서 있게 이동하지 못할 테니 이해는 된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피에타 상을 못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일행 중 가톨릭 신자는 교황 장례식이라는 역사적 현장에 있는 자체로 의미가 큰 날이라고 한다.

참배객들의 행렬

무려 11톤의 금으로 장식되었다는 천장은 놀라울 정도로 화려했다. 천장뿐만 아니라 거대한 조각, 기둥, 창문으로 스며드는 빛까지, 성당의 모든 것이 경이로운 아우라를 뿜어냈다. 누가 관광객이고 누가 추모객인지 모를 긴 줄 속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십자가 모양으로 생긴 성당 내부가 크로스 되는 지점에 다다르자 줄이 왼쪽으로 꺾어진다.

순간 깜짝 놀랐다. 아! 정면에 교황님이 누워 계신다. 유리관 등으로 덮여있는 것이라 그대로 외부에 공개되어 있다. 깔끔하게 붉은색 교황 복장을 하고 계신 모습이 마치 마네킹처럼 보여서 크게 놀라는 사람은 없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님의 평안한 영면을 잠시나마 기원드린다.

그 주위로는 출입이 허가된 관계자나 주요 인사로 보이는 이들이 앉아서 기도하고 있다. 이 장면을 수많은 언론사 카메라들이 촬영하고 있다. 안내에 따라 반대편 출구를 통해 다시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에 햇살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벤츠택시 투어보다 걸으며 로마를 제대로 느끼기

이탈리아 식당은 간판에 레스토랑은 RISTORANTE, 피자를 파는 집은 PIZZERIA라고 되어 있다. 물론 두 이름을 모두 써 놓은 식당도 많았다. PIZZERIA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로마 시내 투어를 나섰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세 대의 차량. 벤츠라는 차량 브랜드를 좋아하는 한국인을 위한 투어 작명인지 모르겠으나, 승용차가 아니라 그냥 상표가 벤츠인 승합차였다.

견고한 돌(포석)이 깔린 로마의 오래된 도로

관광지가 몰려 있는 로마 중심가에는 허가된 차량 이외에는 진입할 수 없다. 이 차량들은 도심 운행이 허가된 렌트 차량인데 주로 벤츠 브랜드가 많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보고 가고 싶은 한국인의 특성과 로마의 차량 운행 정책이 결합한 독특한 투어다. 만약 누군가가 이 선택 관광을 추천하느냐 물어본다면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내 생각에 로마 주요 유적지를 둘러보는 좋은 방법은 '걷기'이다. 벤츠 택시 투어를 이용했지만,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이름과 달리 딱딱한 승합차는 로마의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날 때마다 덜컹거렸고, 역방향 좌석에 앉으니 창밖 풍경을 즐기기보다 어지러움을 참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굳이 차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가까운 거리에 주요 관광 스폿이 모여 있기 때문에 풍경을 보며 걷는 편이 훨씬 더 낫다. 특히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포로로마노를 걸으면 바로 콜로세움이 나오는데 굳이 차를 타고 빙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역사도 오래된 길거리 포석(돌) 바닥을 직접 두 발로 누비면서 로마의 참모습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 낫지 않을까.




*2화(로마의 휴일, 특별했던 어느 날)와

3화(차오, 로마!)로 이어집니다.

작가님, 독자님 오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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