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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Sep 09. 2021

자제력은 도파민을 유용하게 만든다

충동과 의욕은 종이 한 장 차이?

 

 10대들은 충동적입니다. 감정을 통제하는 전두엽은 공사 중이고, 보상과 만족을 바라는 뇌구조는 매우 활성화되어 충동적인 행동을 이끄는 도파민을 갈구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도파민은 본래 부정적인 게 아닙니다. 사실은 자동차 연료처럼 인간의 행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출력 좋은 에너지에 가깝습니다.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으면 사람은 무기력해지고 의욕이 사라집니다. 나이가 들어 도파민 회로에 이상이 생기면 파킨슨병이 생기기도 하지요. 이처럼 도파민은 어디로 얼마나 향하는지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도파민의 경로는 다양합니다. 즉각적인 보상을 원하는 뇌구조로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중뇌 피질을 통해서 전전두엽으로 이동하기도 하지요. 전전두엽은 논리적인 사고와 추상적인 사고, 그리고 합리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뇌구조로 알려져 있지요. 도파민이 전전두엽으로 향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놀랍게도 중독을 일으키던 도파민이 사람의 의욕과 성취동기를 높여주고 집중력과 자기효능감을 향상시켜 줍니다. 즉각적이고 과도한 욕망도 절제시키죠. 충동적인 행동과 정반대 결과를 가져옵니다.      


도파민이 성능 좋은 연료가 되려면?     


  그럼 어느 때 도파민이 전전두엽으로 이동할까요? 도파민에 대한 너무나 유명한 실험 중 하나는 바로 마시멜로 테스트입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 교수팀은 어린아이에게 마시멜로 1개를 준 다음,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2개를 주기로 하고 아동의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곧바로 마시멜로를 집어 먹었지만, 몇몇 친구들은 자제력을 발휘해서 나중에 2개를 받아먹기도 했죠. 


  중요한 것은 추적연구였습니다. 수십 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자제력을 발휘한 친구들이 그렇지 못한 친구들보다 SAT 점수, 학업성취도, 심지어 체질량 지수도 훨씬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실험 대상자들이 중년이 되었을 때, 뇌 스캔 영상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이었죠. 


  마시멜로 유혹에 잘 견딘 집단의 뇌는 전두엽 선조체와 전전두엽 피질 부위가 상대적으로 더 활성화되었습니다. 반면, 유혹을 잘 견디지 못한 뇌는 쾌락과 중독에 관여하는 부위가 더 활성화되었지요. 자제력을 발휘한 사람은 창의적이며 충동을 제어하는 뇌가 발달한 반면에,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쾌락에 탐닉하고 중독 위험이 높은 뇌가 더 발달한 것입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즉각적인 보상은 도파민을 중독 중추인 측좌핵으로 이동하게 만들고, 반면에 지연된 만족은 도파민을 전전두엽으로 이동하게 만들죠. 대체로 즉각적인 보상은 게임이나 알콜, 약물, 야하고 폭력적인 동영상을 통해 이뤄집니다. 반면에 독서, 글쓰기, 그림그리기, 등산, 작곡, 어려운 과제 해결 등은 오랫동안 집중해야 만족을 얻을 수 있죠. 만약 10대들이 어려운 퍼즐, 고난도의 수학 문제, 글쓰기나 독서, 과학실험 등을 집중력 있게 해결했다면, 이 친구들의 도파민 경로는 전전두엽을 향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10대들의 성취동기를 높이고, 자기효능감을 증가시키며 더 높은 도전을 가능하게 만들지요. 결과적으로 내적 동기를 끌어올립니다. 


도파민이 긍정의 동기를 높이려면?


  이런 발달이 더 탄력을 받으려면 10대들의 자발적 노력에 대한 적절한 칭찬과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노력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때, 도파민은 자극적인 욕망을 줄이고 성취동기를 높여주기 때문이죠. 문제는 10대들이 애써 이루어놓은 성과에 대해 부모들이 제대로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애써 그림을 그리고, 애써 작곡을 했는데, 사회에서 필요 없는 재능 취급을 한다거나 돈벌이가 안 된다고 재단한다면, 10대는 좌절을 느끼고 동기는 하락하며, 자존감은 바닥이 됩니다. 


  10대들의 성취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욕심입니다. 자녀는 가장 가까운 존재지만 조만간 독립할 타인입니다. 그러므로 10대들의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욕구를 성인의 시각에서 재단하지 말고 그들 눈높이와 처지에서 이해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에게 투영된 부모의 욕망을 줄이고, 10대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노력을 인정해 주면, 10대들은 굳이 위험을 즐기려 하지 않고 자기 과업에 집중할 것입니다. 


  어려운 과제를 성취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예를 들어 자기를 이겨내고 얻은 보상는 쉬운 성취에 비해 순도가 높은 만족감을 줍니다. 예전에 고등학교 1학년생을 데리고 한라산을 등반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 친구들, 졸업생이 되어 찾아와서는 비맞고 등산한 이야기를 꼭 하고는 하죠. 해병대 캠프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한계를 이겨낸 체험은 위기에 닥쳤을 때, 큰 힘을 발휘하게 해주죠.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쉽게 얻는 보상은 보상체계를 교란하죠.
떼쓰면 해준다는 게 아주 어릴 때만 있는 것은 아닐걸요.
 떼쓰면 해주는 보상, 노력을 정지시켜요. 
10대가 자랑할 때 외면한 적이 있을까요? 큰일 납니다.
'쿠키 만들었는데 먹어볼래?', '배부른데. 아빤 나중에 먹을게.'
 이건 찬스를 날린 겁니다.
 ‘배불러서 맛만 봤는데, 다 먹어야겠다. 너무 맛있어서.’
이게 찬스를 잡는 겁니다. 
자녀를 잘 달래서 어려운 일 한 번 시도해 봅시다.
한라산을 간다든가, 하프 마라톤을 한다든가,
어찌됐든... 부모도 반드시 힘든 일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힘들어서 못하겠다구요? 그럼 앞으로, 힘든 일 자녀에게 강요하지 맙시다. 특히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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