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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Sep 07. 2021

충동적인 10대, 도파민 과잉이 만든다

10대들은 왜 자기 몸 다칠 생각을 못할까?


  지금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지만 예전에는 학교에서 참 많이 맞았습니다. 맞아야 정신을 번쩍 차린다는 거죠. 고3 때였습니다. 모의고사를 치른 날이었는데, 성적도 안 나오고 너무 답답해서 몇몇 친구들과 충동적으로 자습을 빼먹었죠. 다음날 화가 머리끝까지 난 담임 선생님은 대걸레 자루를 들고 나타나더니 우리를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팼습니다. 하지만 몇몇 친구들은 두들겨 맞던 그날에도 어김없이 근처 당구장으로 내뺐습니다. 들키면 또다시 두들겨 맞을 걸 뻔히 알면서도 학교를 벗어난다는 쾌감을 뿌리칠 수 없었던 거죠. 몇 대 맞고 혼나는 위험 따위야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약과에 불과합니다. 뉴스를 듣다 보면 10대들의 충동적인 행동들이 도를 넘을 때가 있지요. 처벌받을 줄 뻔히 알면서도 폭행을 저지르고, 오토바이로 거리를 위험하게 질주하며, 약물을 남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슬아슬한 이성 교제를 즐기기도 합니다. 오늘만 살 것처럼 위험한 쾌락을 즐기는 10대들. 안 좋은 걸 알면서도 흡연과 음주를 즐기고 스마트폰과 게임 중독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10대들도 있죠. 하지 말라면 더하고 위험하다고 주의를 줘도 곧이듣질 않습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걸까요? 무엇보다 뇌를 콘트롤하고 지휘하는 전전두엽이 아직 미성숙해 있기 때문이겠지요. 다가올 결과를 예측하는 뇌가 성숙하지 않았으니 처벌은 생각지도 않고 지금 당장 쾌락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뇌가 콘트롤이 안 되도 자기 몸 아까운 줄은 알지 않을까요?      



뇌 안에 아직 경보기 작동이 안 되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10대들의 뇌는 위험을 알리는 경보시스템이 온전히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모험을 즐기려는 뇌 구조는 훨씬 활성화되어 있죠. 다시 말해 보상과 만족을 느끼는 뇌구조물인 측좌핵이 위험을 감지하는 편도체보다 더 빨리 성숙해 있습니다. 


  아마도 포유류가 대부분 비슷할 텐데요. 만약 이 시기에 불안의 편도체가 보상의 측좌핵보다 발달해 있다면 10대들은 두려움 때문에 부모를 떠나길 주저할 것입니다. 그만큼 독립은 늦어지겠죠. 그러므로 측좌핵이 편도체보다 먼저 성숙해서 새로운 것을 탐색하도록 하는 것이 진화적으로 유리할 것입니다. 10대들이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는 건 이런 까닭이죠.


  한편 만족과 보상은 측좌핵에 도파민이 전달될 때 느껴진다고 합니다. 도파민은 새로운 자극을 접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운동을 할 때, 또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분비되는 흥분 전달 호르몬입니다. 자극이 강할수록 도파민 분비는 활발해지고 측좌핵은 더 큰 만족을 느낀다고 하죠. 


  그런데 10대들은 측좌핵이 이미 성숙한 탓인지 작은 보상에는 잘 만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 까닭에 강렬하고 자극적인 경험을 통해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죠. 어렵고, 도전적이며, 속도감 있고,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것들, 때로는 음란하고 폭력적인 것들을 경험하거나 사회적인 금기를 위반하며 쾌감을 찾으려 합니다. 한 번 쾌감을 맛보면 그 기분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지요. 


  본래 10대들은 자연적으로 아동기 때보다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지만, 자극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탓에 도파민 분비가 생애 최대치가 되고는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도파민이 중독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평소보다 도파민이 지나치게 분비될 경우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파민 분비를 줄일 것을 명령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비슷한 자극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도파민 분비가 어느새 줄어드는 거죠. 그럼 같은 경험을 해도 만족이 떨어지고, 그 결과 더 심한 자극을 요구하게 됩니다. 더 위험하고, 더 자극적이며, 더 음란한 것을 즐기려는 경향, 곧 중독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음란물 중독, 니코틴 중독 등은 모두 이렇게 시작됩니다.      



도파민 과잉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부터     


  그렇다면 위험을 즐기려는 10대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부정적인 피드백은 삼가야 합니다. 잔소리, 꾸지람, 위협이나 협박, 처벌 등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위험을 느끼는 뇌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성인들의 염려를 받아들일 턱이 없죠. 오히려 비웃음을 사거나 반항심만 높이는 결과를 낳습니다. 심지어 당황하는 기존 세대를 보며 자기들끼리 즐기는 일도 생깁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감과 응원입니다. 10대들도 나쁜 행위와 물질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나쁜 기분을 떨쳐내려고 도파민 분비를 도와줄 대상을 찾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뇌가 도파민을 어서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쳐대기 때문이죠. 그럼 10대의 스트레스는 어디서 올까요? 그건 공감받지 않았을 때, 외로움과 불안을 느낄 때, 진로나 이성 문제 등으로 심리적인 부담을 느낄 때 찾아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 상황을 만들지 않거나 적어도 줄여준다면, 도파민에 대한 과잉 욕구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10대의 충동성과 중독을 예방하는 길은 엄격한 처벌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입니다. 


  만약 이미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다면, 예를 들어 인터넷이나 음란물, 니코틴에 중독되어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다른 건전한 보상 회로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잡초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씨앗을 심는 일입니다. 어려움이 따를 테지만 과의존을 스스로 인식하게 해주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 운동이나 새로운 취미 등 다른 보상 회로를 만들어주어야 중독과 위험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두 딸이 이해가 안 될 때, 저는 제 10대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그럼, 종종 이해가 되던데요.
저도 나름 거칠었거든요.
요즘은 중독이 10대 이전에 이미 시작을...
어릴 때 보챈다고 휴대전화를 쥐어준 것은 아니죠?


일주일에 한번 가족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보상체계 만드는 데에 아주 좋습니다. 저희 가족은 주말 영화보기 루틴을... 스타워즈, 미션임파서블, MCU 정주행!
레미제라블, 오만과편견도 봤지요. 등산, 여행, 캠핑, 그밖의 운동,
한 번 시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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