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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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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Oct 04. 2021

부모의 싸움? 안전기지의 붕괴!

부모가 다투면 안 되는 까닭 ①

부모가 다툴 때 아이들은?     


  부끄러운 고백을 한 가지 할까 합니다. 결혼한 후 우리 부부는 가끔 다퉜습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만났으니 갈등은 당연할 수밖에요. 강박이 심한 남편과 불안이 높은 아내가 만나서 어려움은 더 컸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는 딸들 앞에서조차 가끔 다투고는 했습니다. 나이가 많은 남편인 내가 공격하고, 나보다 어린 아내가 주로 방어를 했죠. 주도적인 남편과 우호적인 성격의 아내 사이에서 시비는 100% 내가 먼저 걸었습니다. 사소한 실수에도 벌컥벌컥 화를 냈으니까요. 가장 큰 피해자는 딸들이었습니다. 아내도 남편의 강박적인 공격을 막아내느라 힘들었지만 딸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죠. 


  어릴 때 딸들은 엄마, 아빠가 다투면 울었습니다. 불안을 표출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었죠. 처음에는 딸들이 우는데도 불구하고 옳고 그름을 앞세워 아내를 압박했습니다. 아주 재수 없는 남편이었죠. 갈등의 끝은 늘 아내의 사과로 끝나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들은 그동안에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죠. 한 번은 말다툼이 듣기 싫었던지 두 딸이 작은 방에 딸린 조그만 옷방에 숨어 있기도 했습니다. 


  본래 부모는 자녀에게 일종의 안전기지 역할을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부모를 피난처로 삼지요.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힘겨운 일을 겪을 때, 등장인물이 부모를 찾아가거나 적어도 통화라도 하며 마음으로 의지를 삼지요. 그런데 그런 안전 기지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면 어떨까요? 불안을 피해서 안전 기지로 갔더니 그곳이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해 폐허로 변해있다면요? 아마 마음은 더 쓸쓸해지고 불안은 더 커질 것입니다. 그것도 가장 불안한 10대일 때 경험한다면 말이죠. 


안전기지가 사라진 10대의 선택은?     


  두 딸이 10대가 되었을 때,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또다시 다툼이 시작되자 딸이 소리를 질렀죠.

  “아빠! 또 시작이야! 제발 좀 그만해!”

  그러고는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는 딸의 뒤통수에 ‘버릇없이’라는 말을 흘려본들 아무 소용이 없었죠. 

  상황을 따져보면 부부의 말다툼은 딸과 전혀 무관한 일이었습니다. 어딘가 투자를 해보자는 남편과 괜히 위험을 감수하지 말자는 아내의 언쟁이었으니까요. 물론 남편의 비난 섞인 말투는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죠. 어찌 됐든 딸과는 거리가 먼 언쟁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이야기하는데 네가 왜 화를 내?”

  이게 아마 그때 딸에게 건넨 말이었을 겁니다. 딸은 대체 왜 화를 냈던 걸까요? 그건 자신의 안전 기지가 공격당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10대들은 독립을 지향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의존적이기도 하죠. 하루하루 달라지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 탓에 자신이 누군지 심하게 헷갈리는 정체성 혼란을 겪기 때문입니다. 자기정체에 혼란을 느끼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려는 성향을 갖는 것이죠. 10대 시절 아이돌을 유독 집착하는 것도 아이돌을 통해 자신의 흔들리는 정체성을 붙잡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10대가 독립을 지향한다 해도 부모에게 의존하고 기대려는 성향은 남아있기 마련이죠. 이럴 때 부모가 사회적인 롤모델이 되어 주거나 적어도 최소한의 안전 기지 역할을 해준다면 10대들의 혼란은 훨씬 덜할 것입니다. 


  그런데 안전 기지 역할은커녕 부모가 불안을 조장한다면 어떨까요? 10대들의 뇌 속에 들어 있는 변연계가 급격히 활성화되겠지요. 그리고 말과 행동이 공격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반항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일탈마저 저지를 수 있죠. 흡연과 음주를 하고 음란물에 손을 대며 가출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안전기지 역할을 하지 않으면 다른 장소를 물색하다 잘못된 길로 빠지기도 하지요. 건전하지 못한 또래 집단 속에 들어가 범죄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부부 사이에 잦은 다툼, 몸싸움, 별거와 이혼까지 생긴다면 10대들은 더 이상 부모를 안전 기지로 여기지 않겠죠. 만약 10대들이 일탈과 비행을 저지르고 있다면 그건 가정이 안전 기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어떤 나무가 잘 클까?


  우리 부부 사이의 갈등은 다행히 말다툼 수준이었고 그런 말다툼도 이제 멈춘 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가끔 의견이 달라도 예전처럼 감정적인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지요. 절대로 딸들 앞에서 언쟁을 벌이지 않습니다. 요즘은 사춘기 중반을 지나가는 둘째의 눈초리가 매섭죠. 아빠가 조금이라도 눈살을 찌푸리거나 말투가 건조해지면 어느새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눈치를 주죠. 이럴 때는 다시 웃는 낯으로 바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만약 엄마를 비난하거나 말다툼의 징조가 보이면 딸들이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죠. 


  나무는 뿌리가 흔들리면 살 수 없습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한동안 나무의 뿌리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뿌리가 불안하게 흔들리면 어떨까요? 나무의 줄기는 더 큰 위협과 불안을 느끼겠지요. 마찬가지입니다. 부부 사이가 단단하고 견고해야 10대들도 그 바탕 위에서 굳건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의견이 다르더라도 감정은 내려놔야 합니다. 적어도 노력은 꾸준히 지속되어야 합니다.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자녀 앞에서 다툰 적이 있다면 되도록 빨리 자녀 앞에서 화해하세요.
거짓 화해는 들통납니다.
자녀 앞에서 부부 사이에 서로에 대한 어떤 비난도 금물!
가족끼리 비난하는 일로 번질 걸요. 
갈등이 있을 때, 가족 회의 좋습니다.
감정 소모는 줄이고 객관적으로 갈등을 볼 수 있거든요. 
한때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가족회의를 했었죠. 효과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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