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싸움? 희생양을 만든다
부모가 다투면 안 되는 까닭 ②
‘너 누구 따라 갈래?’ 웬 협박!
부모가 다툴 때 자녀들은 긴장합니다. 자녀들에게는 엄마도 아빠도 소중한 애착의 대상이자 안전 기지이기 때문이죠. 둘 사이에서 누가 이기고 지든 자녀에게는 큰 상처입니다. 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툼은 서로에게 큰 부담이죠. 상대를 압도할 패를 쥐었을 때는 먼저 싸움을 걸려고 하지만 상대방이 쥔 패가 뭔지 모를 때는 함부로 공격에 나서지 않죠. 어설프게 공격하다 크게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종 부모들 사이에는 노골적인 다툼 대신 간접적인 공격을 할 때가 있습니다. 자녀를 사이에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거죠. 우스갯소리로 “너는 누구 편이냐?” 또는 “너는 누구 따라갈래?”라고 묻는 거, 부모라면 한 번쯤 해봤을 것입니다.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들이 ‘너 누구 편이야?’라고 물을 때만큼 곤란할 때가 없죠. 어려서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떤 아이들은 울상을 짓다 흐느껴 울고는 합니다. 10대 정도 되면 아마 ‘왜 만만한 나 갖고 그래?’라고 대응하기도 하겠지요.
그렇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만만한 게 어린 자녀죠. 괜히 상대에게 화를 냈다가 반격을 당할까봐 반격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약한 존재에게 화살을 돌려 긴장감을 떨쳐내는 것입니다. 심한 경우 부모 둘이 연합해서 약한 자녀를 집중 공략하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갈등을 자녀에게 돌려서 갈등을 회피하는 방법이죠.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늦잠 잔 딸에게 ‘너는 왜 옷을 아무 데나 벗어 놔!’라거나, 명품 백을 지른 아내에게 말은 못하고 화장하는 딸에게 ‘너는 학생이 돼 가지고······.’라며 비난하는 게 이런 경우죠. 자녀가 부모의 희생양이 되는 것입니다.
집단에서 희생양이 되는 사람은 집단 안에서 서열이 낮은 존재입니다. 반격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친구들이죠. 평소에 자기를 방어할 힘이 없고 자존감도 약합니다. 그렇기에 부모 사이에, 혹은 다른 가족과의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면, 이 친구는 늘 희생양이 되고 말죠. 따라서 희생양을 만드는 걸 방지하려면 부부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도록 하고, 갈등이 발생해도 자녀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0대는 낮은 자존감이 더 낮아지다가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길 수 있으니까요.
착한 아이? 이렇게 만들 수 있다
희생양 못지않게 안 좋은 케이스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부모가 다툴 때, 몇몇 자녀들은 그 원인이 자기한테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10대들은 자기중심성이 매우 강해서 자기가 잘못해서 부모가 싸운다고 여기죠.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잘하면 부모님이 싸우시지 않아. 그러니 나는 부모님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앞으로 말과 행동을 착하게 할 거야. 아마 그러면 부모님이 기뻐할 것이고, 다툼은 사라지겠지. 부모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해. 가족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지. 이런 생각의 끝은 어떨까요? 바로 착한 아이의 탄생으로 이어지죠.
착한 것은 이타적인 행위입니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이 극단적이 되면 자기 기준은 사라지고 오로지 타인의 기준만 남습니다. 어떤 행동을 해도 그 기준이 다른 사람을 향해있죠. 겉으로 보기에 부모를 포함한 타인의 기준을 따르기에 한없이 착해 보입니다. 양보도 잘하고, 봉사도 잘하고, 어른들 말 순종하고, 무리한 부탁 잘 들어주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솔선수범하고, 자기 이익을 포기하며 희생하는 등 성인군자가 따로 없죠. 그러나 이 친구 정작 자기 삶은 거의 없습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어떨까요? 평생 다른 사람 말만 듣고 살았기에 스스로 뭔가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고, 타인의 시선이나 관심이 없으면 허탈함에 허우적거리겠죠. 또 애써 타인의 시선을 받으려고 누군가에게 이용당해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가스라이팅의 표적이 될 수 있죠.
누가 희생양과 착한 아이를 만들까?
따라서 평소에 가족들에게 비난이나 놀림을 받아도 잠자코 있다면 혹시 자녀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자녀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진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합니다. 방치하다가는 그 성격이 고찰될 테니까요. 차라리 반항하는 것이 오히려 더 건강할 수 있죠. 똑 부러지게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비난이나 공격에 방어하며 자신을 지키는 10대가 더 낫기 때문이죠.
자, 부모의 다툼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10대 자녀에게 끔찍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말다툼만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는 힘겨루기도 가족 안에서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자녀를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다툼은 자녀에게 노출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갈등이 없기란 불가능하죠. 의견 차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요. 또 갈등은 갈등대로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타협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으니까요. 경계할 것은 감정적인 비난, 상대에 대한 적대감, 공격적인 행동들입니다. 그것을 절제한다면 부부 사이도 평화롭고 10대 자녀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아들, 딸이 너무 착하다고요? 설마요? 두 가지 경우죠.
아직 어리거나, 아니면 자기가 없거나.
착하다는 자랑? 제발 멈춰주세요.
10대 때 기억력은 생애 최고입니다. 상처주면 평생 갈 수 있어요.
거꾸로 보상과 기쁨도 평생 가요!
가족은 자녀가 경험하는 최초의 사회죠.
부부 사이가 나쁘면, 미래에 자녀가 구성할 가족도 말썽이 날 수 있죠.
최초 경험,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