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를 앞두고 나는 여러 개의 스크립트를 들고 있었다. 수정본, 최종본, 최최종본. 거의 같은 말들이었지만, 나는 그 차이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었다. 종이 위 문장들은 가지런했고, 너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문장들이 나를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글자와 나 사이에는 얇지만 분명한 막이 있었고, 그 막은 끝내 찢어지지 않았다.
발표가 시작되자 그 문장들은 바로 쓸모를 잃었다. 나는 준비한 말을 하지 않았고, 대신 즉석에서 말을 만들었다.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말은 순서를 무시했고, 생각은 문장보다 빨랐다. 몇 번의 질문이 오갔고, 그게 전부였다. 행사는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질문이 나올 때마다 평소에 하던 생각들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어릴 때 발표하던 기억과는 전혀 달랐다. 그때는 말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날은 아니었다. 말은 나를 통과하지 않고 앞질러 나갔다. 나는 따라가기에 바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더 집중했다. 그들이 듣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한 말이 작품의 일부처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실제보다 더 큰 사람으로 보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가장 불편했다.
토크가 끝나고 의자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릴 때서야, 말들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말들은 공중에 흩어져 있었고, 일부는 노트 위에, 일부는 관객의 눈 안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 문장들이 어떻게 이해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무엇을 말했는지는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준비한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대신 즉석에서 만들어진 문장들이 있었다. 그 문장들은 그럴듯했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그 문장들을 너무 쉽게 믿어버렸다는 것이다. 말이 떠오르자마자, 나는 그것을 진실로 착각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나는 말을 더 했다.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은 위험하다. 그 순간 나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나 자신을 설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말은 길어졌고, 핵심은 흐려졌다. 그건 아주 흔한 실수다. 그리고 나는 그 실수를 정확히 저질렀다.
숙소로 돌아와 가방에서 스크립트를 꺼냈다. 구겨졌지만 여전히 단정한 문장들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날에는 필요 없었다. 나는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준비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말해야 할 것보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다음에도 이런 자리는 올 것이다. 더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말은 언제나 통제 밖에서 시작되고, 그것을 붙잡으려는 순간 더 많은 말을 하게 된다. 그날의 대화는 성공도 실패도 아니었다. 그냥 한 명의 작가가, 잠깐 자기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