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 어두워서 밖을 보았다

by 에티텔
me and I.jpg 이효연, Me and I, oil on linen, 116.7x91cm, 2022

안이 어두워서 밖을 보았다. 밖은 늘 무언가를 걸어두는 쪽이었다. 색들은 옷처럼 걸려 있었고, 아무도 입지 않아도 형태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가볍게 흔들렸다. 그에 비해 안에서는 눈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나는 눈을 접어 두고 대신 피부 안쪽에 남아 있던 얇은 감각을 불러냈다. 물자국처럼 번졌다가 사라지는 온기. 그것은 색이라기보다 색이 되기 직전의 질감에 가까웠다.


안을 바라볼 때마다 무언가가 계속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라고 부르기엔 너무 조용했고, 아무 흐름도 없다고 하기에는 분명한 방향이 있었다. 어둠은 중심을 갖고 있었고, 생각들은 그 중심을 향해 원을 그리며 돌았다. 빠져나오지 못한 채, 같은 반경을 반복하며 맴도는 느낌이었다.


밖의 색들은 설명할 수 있었다. 이름을 붙일 수 있었고, 거리도 잴 수 있었다. 그러나 안의 어둠은 설명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자꾸만 손을 내밀게 했다. 잡히지 않는 것을 향해 손을 뻗는 동안, 나는 내가 어디까지 사라질 수 있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때 알게 된 것은 블랙홀이 무언가를 없애는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되돌려주지 않는 방식의 기억에 더 가까웠다. 한 번 들어간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경로를 잃을 뿐이었다.


안은 늘 거기 있었다. 특별히 깊어지지도, 옅어지지도 않은 채 그대로. 다만 내가 밖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이, 내가 아직 완전히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유일한 증거처럼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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