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으로부터 배우다- 제임스 터렐
내면의 힘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저마다 내면에 본인도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 아티스트로서 그것을 활용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단순하게도 그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안에는 저마다의 세상이 존재하는데 마음 안에 있는 세상은 사실상 큰 우주 하나로 연결된다. 이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가 따로 떨어진 객체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커다란 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줄곧 세상과 나를 서로 다른 대상으로 인식하곤 한다. 그러나 나의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열쇠는 사실 자신이 쥐고 있다. 그것은 내 안의 엉켜있는 실을 풀어내어 바깥의 무수한 문제들도 저절로 해결되게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세상이 돌아가는 간단하고도 신기한 원리이다.
빛은 사물을 비추지만, 우리는 도처에서 빛을 보면서도
정작 빛 그 자체에는 좀처럼 주목하지 않는다.
빛을 매개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제임스 터렐의 말이다. 그는 우리가 곧 빛이라고 얘기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빛을 지니고 있으나, 우리 자신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는 이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자연이나 공간을 활용하여 빛에 대해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리고 '내면의 빛'에 대해 알리고자 자신의 작품을 수단으로 활용한다. 어찌 보면 빛으로 작업한다라는 말보다는 빛을 위해 작업한다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의 거대한 작품이 외부 자극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또 다른 것들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내면의 나와 만날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혹은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터렐은 사람들 스스로가 세상에 꽤 많은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오로지 감각에 의존해 살면서 인생을 나름 객관적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그의 작업물인 '스카이 스페이스'에서 보는 하늘의 색은 우리가 인지하는 것과 다르고, 밖으로 나왔을 때의 하늘의 색은 그것과 또 달라진다. 그러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 그 자체가 현실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터렐은 이 작업을 통하여 우리가 개개인의 주관적 생각에 의하여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품에 고요히 서있으면 마치 시간과 공간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고, 내가 나라고 지칭하는 그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우리가 개미들의 일상을 내려다보듯, 우리의 삶을 내려다보는 존재가 있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인간과 개미의 다른 점은 스스로 알아차려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의 여부이다. 개미처럼 살아갈 것인가. 아님 깨어있는 존재로서 내면의 빛을 바라볼 것인가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선택이 좌우한다.
자신이 깨어있으려 노력하고, 감각에 의존한 하루가 아니라 내가 인생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것. 또 나의 감정과 인식, 생각들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창조하는 창조자의 포지션에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맨 처음, 모두 아티스트였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과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