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환상에서 배우다- 살바도르 달리
대부분의 인간은 마음 한편에 진정한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이기적인 것인지 이타적인 방향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왜 태어났는지, 왜 살고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사람으로 태어나 일생동안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살바도르 달리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나는 그의 이름을 들으면 작품보다도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해학적이고 재밌는 달리의 표정은 늘 작품의 일부였다. 얼굴이 나이 들고 변해가는 과정은 그에게 있어, 그 자체로 작품의 변천사가 된다. 달리의 삐에로 같은 표정을 보면 머릿속에 항상 엉뚱한 생각의 꽃을 피웠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는 때때로 저게 뭐지 싶을 정도로 기괴한 것들을 만들어냈고, 또 때로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들을 만들어냈다. 츄파춥스의 디자인처럼. 물론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랬듯 초창기의 작품은 정통 미술이었지만 그 안에 녹아든 독특함은 그렇게 쉽게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것들은 단연 초현실주의 작품일 것이다.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한 시계의 형상이나 기본적 상식으로는 쉽게 생각하기 힘든 그런 것, 꿈과 무의식에 대한 그런 것들 말이다. 그는 아마도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걸 그린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살바도르 달리.'라고 알려주듯이.
어릴 적 자기보다 일찍 죽은 형의 이름이 본인의 이름이 된 사연이, 재밌는 표정 뒤에 감춰진 슬픔이었던 걸까. 자신은 형도, 그 누구도 아닌 하나의 독보적 존재임을 평생토록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궁금해하다가 세상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나'라는 관념 또한 아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을 보면 그런 알 수 없는 생각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쩌면 '초현실'이라는 단어조차 사실은 없을지도 모른다. 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도 없으니까. 다만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한 노력이, 무의식 속 다양한 형상들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살바도르 달리'만의 예술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작품이 그렇듯, 사진 속 웃는 얼굴 저편에 있는 그의 슬픔을 보았을 뿐이다.
세상에는 더 많은 환상이 필요하다.
문명은 너무 기계적이다.
우리는 환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으며
환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보다 더 현실이 된다.
-살바도르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