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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금 Sep 24. 2018

네가 꿈에 나와서 말이지

뭐가 그리 바쁘다고. 프랑스 다녀와서 한 달이 넘도록 만나자 만나자 하던 사람들을 못 만나고 있다.
S 언니 역시 1시간 통화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기로 한 게 한 달째다. 그리고 드디어 S 언니랑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그런데 그날 아침 아이가 열이 나고 말았다.

"언니.. 안되겠다. 오늘 오후 컨디션 보고 내일 다시 보던가 하자."
"그래 괜찮아. 그런데 말이야.. 네가 어제 내 꿈에 나왔어."

꿈속에 내가 언니의 방을 온통 꽃으로 장식했다고 한다. 집 안 가득한 꽃향기에 기분이 너무 좋아서 붕 떠있는데 꿈에서 깨었다고. 내가 너무 보고 싶은가 봐 흐흐~ 하고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날, 다행히 아이는 열이 내리고 어린이집에도 갈 수 있었다.

잽싸게 전화를 걸어 언니와 점심을 먹기로 한다. 그리고 서울로 향하는 길에 양재동 꽃 시장이 보인다.

'꿈에 내가 꽃이랑 나왔더랬지..?'

부리나케 차를 돌려 주차를 하고 꽃다발을 파는 지하상가로 들어서자마자 곱상한 수입 장미가 눈에 띈다. 고민 없이 이 고급스러운 녀석으로 골라 포장을 주문한다.

플로리스트도 했던 언니라 꽃 선물을 받으면 늘 싱글벙글이다. 그러고 보니 언니가 혼인 신고한 날에도 꽃바구니를 보냈었다. 허례허식이 싫다며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고, 구청에 가서 도장 찍은 날 둘이서 밥 먹고 산책하는 것으로 '식'을 대신한 사람들이었다. 형식보다 '행복하게 사는 삶, 그 중심에 있는 두 사람'에게 집중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라서 좋았다. 그러고 보니 인간관계도 그렇게 하더라.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고 마음을 쓰고. 일도 현명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 안과 밖으로 늘 여유가 있는 커플이었다.   
 
곁에 있으면 훈훈하고 왠지 마음이 든든한 커플. 오래오래 예쁘게 살라고 예쁜 꽃바구니를 집으로 보냈었다. 덩치 좋은 형부가 좋다고 눈물 흘렸더랬는데.

그 생각을 하며 꽃과 함께 프랑스에서 사온 차도 선물했다. Blue flower와 Earl grey 가 믹스된 차.

"이 꽃이랑, 차 향기까지. 정말 나 덕분에 꽃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겠네?"

이렇게 언니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 날. 나 역시 기분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생각도 통하고 눈빛만 마주쳐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사람과 이렇게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매일의 행복이 별거 있나. 오늘도 행복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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