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트랑제 Feb 09. 2016

2012년의 알제리 사진

두려워하거나, 혹은 식물을 찍거나

사진 정리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정리했던 것과는 별도로, 사진 원본에 별점을 매기는 오거나이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12,000장의 사진을 뭔가 특별한 방법으로 정리해놓지 않으면, 내가 필요한 사진을 바로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될 수 없다.


연도별로 분류된 내 사진들을 보니 해마다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특히 2012년의 사진들이 흥미롭다. 처음 알제리에 온 내가 알제리를 두려워했음을 사진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 안에서 몰래 찍은 사진이 많아 해상도가 엉망인 것들이 대부분인데,  그때는 이동 중에 경찰 호송을 받는 일이 많았다. 나는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았고 집 앞의 알제리 거리조차 사실 무서웠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각종 사건사고 소식은 나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고는 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들의 얘기가 모두 맞았던 것은 아니다.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 복도 쪽에 앉기라도 할 때면, 의도치 않게 옆 분의 초상권을 침해하기도 했다.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면, 온통 푸른색의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와 많이 다른 알제리의 식물들이 많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아쉬운 것은 지금까지도 그 식물들에 대해 동정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내가 이름을 불러줘야 그들은 내게 다가와서 꽃이 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나는 그저 게으르다. 


모래 사막에서 만난 녀석. 너의 이름은 뭐니?


작가의 이전글 한국 가는 비행기가 연착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