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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May 14. 2016

팀가드 카페에서

비행기는 연착됐고 기다리는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가 팀가드timgad란 이름을 가진 카페에 앉아 맥주 하나를 시켰다. 다소 비싼 가격. 그러나 오늘은 마신다.


팀가드는 로마 유적을 잔뜩 가진 도시. 웅장한 것이 딱 경복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나는 사실 압도적인 스케일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니 팀가드보다 제밀라djemila가 좋다. 아기자기하고 높이의 변화가 있어 보는 맛이 다양하니까.


생각해보니 아까 우연히 만난 여인의 이름이 제밀라다. 제밀라의 뜻은 아랍어로 아름답다는 뜻인데, 그녀의 외양은... 꼭 이름대로 삶이 계획되는 것은 아니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내 이름만 해도 그렇다. 풀이하면 완벽하다는 뜻을 가진다. 나는 완벽해지고 싶은 생각조차 없고 무엇보다 치명적인 건망증을 가지고 있다.


우연히 지난 스페인 여행의 한 밤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을 봤다. 온 몸이 전율하게 하는 그리움이 잠시 찾아왔다. 차가웠던 공기. 붉그스레 비추던 가로등. 거리를 지나치던 사람들. 마치 어제의 기억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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