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성당을 오래 다녔는데, 그게 습관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나는 더이상 성당에 가지 않았다. 이후, 교회를 다닐 때도 나는 성실함을 보였다. 그렇다고 신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의 종교체험은 이것으로 끝이 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대학시절 나와 함께 한 집에 살던 W 때문이었다. 그의 티비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불교방송이었고 그게 질리면 라디오를 틀어 불경을 들을 정도였으니, 나로서는 조금은 힘든 생활이었다. 그렇게 나는 부지불식간에라도 우리나라 3대 종교를 모두 접했다.
오늘 알제리 지방으로 가는 합승택시 taxi collectif 안에서 운전사가 운전도중에 씨디를 틀었다. 반복되는 어떤 리듬에 맞춰 코란 말씀을 전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예전 W가 틀던 불경 말씀을 생각나게 했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라는 것 외에도 나를 졸리게 만든다는 점이 공통점이 있었다.
근데 나의 눈이 감기는 것보다 운전사의 눈이 더 힘겨워보였다. 룸미러를 통해본 그의 얼굴은 잠과 싸우느라 일그러져 있던 것이다. 그러니 나는 맨 뒷좌석임에도 얼른 안전벨트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