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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May 24. 2016

그럼에도 알제리에 있겠어요

새로 구입한 차가 바로 고장이 났다. 몇 번이고 시동을 걸어보았으나, 드르르륵 소리만 이어졌다. 머릿속이 하애졌다. 나의 지난 애마를 통한 경험들(회상하고 싶지 않은 것들뿐이다)로 인해, 앞으로도 이 차와 함께 얼마나 많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를 조심스레 가늠했다. 그만큼 이 곳의 차량 정비 실력은 형편없다.


내 직원은 나를 대신해 이웃의 도움을 받고, 렉카에 어렵사리 고장난 차를 실었다. 나는 렉카 위에 실린 내 차 안에 탄 채로 도요타 as 서비스센터에 가고자했으나, 바로 거절당했다.


센터의 직원들은 친절했다. 일이 없던 때였는지 여럿이 몰려와서 내 차를 점검했다. 전기 담당자가 어떤 퓨즈 하나를 뺐다가 다시 꽂았는데, 그 때부터 차에 시동이 걸렸다. 고작 그 작은 부품 하나의 접촉 불량 때문에 차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늦은 오후에 들린 여행사에서 자신의 나라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을 만났다. 아마 한시간은 족히 떠들었을 것이다.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알제리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긍정하는 마음으로 이 곳에 있겠다고만 했다.


원래부터 내가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을까. 아니면 차가 고쳐진 이후부터일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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