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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Sep 18. 2016

재활용 정원인가, 경제적인 정원인가

요즘은 근육 여기저기가 아픈데, 새로운 정원은 상당한 육체노동을 요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다 하나하나 만들어내자니, 할 것이 생각보다 많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렇게 힘들 것임을 생각지 못했으니 내 생각이 짧았다. 


"저 요새 몸이 아픕니다. 헤헤."

오랜만에 만난 K 씨에게 그간의 안부를 전하면서 말하니 그가 이렇게 말한다. 

"저도 많이 피곤합니다. 그런데 건강하게 아픈 것 같아 부럽네요."

아픈데 부럽다니. 그럴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집에 찾아온 현지 직원에게 정원을 둘러보게 했다. 쭉 둘러본 그녀에게 어떠냐고 물으며 표정을 살피는 나. 그런데 그녀의 대답이 생경하다. 

"건축 폐자재를 활용한 게 인상 깊어요."


사실 그건 말이야. 내가 이 집의 주인도 아니고 임대인으로서, 비용을 아끼려고 바닥에서 건져낸(?) 각종 건축 폐자재를 이용한 것뿐이야. 내가 돈도 많고 이 집주인이었어봐. 더 뻔지르르하게 만들었겠지!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그녀가 말을 잇는다. 

"만약에 다른 재료로 했다면, 이렇게 인상 깊지는 않았을 거예요."


오늘 조경에 대한 워크샵을 열었다. 알제리에는 조경에 대한 교육과정이나 전문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 우선은 조경이 무엇인지 알리고 조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교류를 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3시간 동안 어떻게 떠들까 고민하던 어제의 걱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되려 3시간이 부족해서 황급히 일정을 종료해야만 했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조경을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역시 그렇구나라는. 


워크샵에 참석한 이들의 표정이 모두 밝아서 안심이 됐다. 총명한 눈동자들. 이럴 때 보면 알제리 이 나라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하고는 한다. 이들 중 하나가 말한다. 

"당신의 정원을 한 번 보고 싶어요."


잉? 볼 게 뭐 있다고? 말하려는 찰나, 현지 직원이 말한다. 

"그의 정원은 재활용 정원이에요. 아마 알제리에서 그런 컨셉으로는 유일한 정원일걸요?"

그 말에 사람들이 말한다.

"언제 시간 되면 방문하고 싶어요!"


나는 말했다. 

"네, 그래요. 사실 나는 이 정원을 경제적인 정원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직원은 재활용 정원이라고 말하네요. 자,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모두가 크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어쩌면 두 개 모두 해당되기 때문이 아닐까. 재활용 정원이면서 경제적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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