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트랑제 Nov 27. 2016

값싼 땅에서 값싼 식물을 심어볼 수 있다는 것

신도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때.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인 나의 눈에는 개선되어야할 것들이 많아보였다.  대부분의 것은 다름아닌 설계단계에서의 잘못 때문이었다. 잘못은 현장이 바뀌어도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었는데, 경륜있는 회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게 쉽게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공사현장에서 설계자로의 피드백이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설계자 자신이 현장에서 멀어진 이유가 큰 때문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조경설계현실에서 설계자가 현장과 친하기란 대개는 힘든 일인데, 그렇지만 건설업계에서 다른 어떤 설계자보다도 조경설계자는 현장과 가까워져야 하는 아이러니를 가진다. 조경쟁이의 큰 강점인 식재는 책상에서 답을 찾기 어려운 이유 때문.


나는 흔히 회사에서 벌이는 직원 재교육, 답사 등의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거의 유일한 방법이 설계자가 직접 식물을 키워보는 수 밖에 없다고 봤는데, 사실 여러모로 이게 쉽지가 않다. 베란다 화분에서의 경험으로 노지의 조경식재를 말하기는 어렵고, 그렇다면 토지를 확보하고 식재 후 식물을 관찰함으로써 설계자 능력이 키워질 것인데 사실 토지 확보부터가 문제가 된다. 땅값이 대체 얼마인데...


그렇기에 나는 지금의 순간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지중해 기후를 맘껏 즐기며, 값싼 땅에 또한 값싼 식물을 심어보는 경험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도 마음만 있었지 시도해보지 못한 일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나는 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