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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Oct 17. 2016

다시 나는 날 수 있을까

체력이 바닥나서 집 안에서 벗어나질 못한 어제를 보내고(그러나 지난 사하라 여행은, 정말 좋았다), 오늘은 그래도 몸이 움직일만해서 다행이다. 돈을 제 때 안 주지만 그래도 몇 개월간 나와 동행하고 있는 고객을 찾아가는 날(이번에 그가 밀린 돈을 줄까?). 일찍 공항에 도착해 카페에 자리 잡았다.


노트북을 충전시키고, 핸드폰으로 좋은 글을 있어 읽는 중이다. 미국에서 자신의 회사를 만들어가는 이의 글인데, 정신없이 집중해서 봤더니 머리가 띵해져 온다. 150 디나 짜리 에스프레소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피로가 덜 풀린 탓일까.


그의 이야기를 읽은 나의 감상은 그렇다. 결국 인간은 같고, 그 인간이 만드는 회사도 역시 같다. 어떤 분야던지 큰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렇다. 잡생각에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면 그럴수록 더욱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고. 또한 전문가는 결국 그 전문적인 분야에서 결판를 보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나의 이 저질체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떤 음식을, 어떤 운동을. 어디서부터. 그러다가 축구를 생각하고. 골키퍼로서 황혼(육체적으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을 불태우는 상상을 하고 있다. 축구를 다시 시작했다가 자칫 나의 모든 열정을 축구에 쏟아부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나날이다.(대학 때는 그럴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알베르 카뮈와 나 사이에 비슷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알제에서 골키퍼로 활동했다는 점. 문학보다 축구를 더 좋아했던 그(그런데 노벨문학상을 받음)가 뛰던 그 땅에, 나도 땀방울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난 감격이다. 작년이던가, 지역 축구협회장 정도 되는 사람이 테스트를 제안했을 때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꽤나 후회스럽다.


다시 나는 날 수 있을까. 자꾸만 체력에 허덕이고 운동이라고는 거의 하지 않는 내가, 바닥을 차고 공과 함께 잠시나마 비행을 하는 그런 엄청난 희열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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