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트랑제 Nov 28. 2016

호텔비를 깎다가...

"방 하나 주세요."

"3,000디나짜리 방 밖에 없는데..."


대답하는 호텔 주인 뒤에 붙여진 가격표에는 2,000과 3,000이라는 숫자가 공존하고 있었다. 왠지 2,000디나짜리 방이 있으나, 내가 외국인이니 3,000디나 방을 강요하려는 것 같은 느낌. 


"2,000디나짜리 방으로 주세요."

"없어, 진짜야."

"저 열쇠함에 있는 열쇠를 보세요. 싼 걸로 주세요."

"이봐, 진짜라니까. 저 열쇠는 손님들이 밥 먹으러 나가면서 맡겨놓은거야."


주인 말은 여전히 미덥지 못했다.


"그럼 3,000디나 방을 주시되, 2,500디나로 해주세요."

"아... 안 돼!"


그냥 귀찮아서 3,000디나 내려다가... 갑자기 호텔비를 깎는 게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공세를 강화했다. 


"인터넷이 된다고 했는데, 잘 되지도 않구요. 호텔 방에 별도의 샤워시설이랑 화장실도 없구요..... 주절주절... "


사실 알제리의 저렴한 호텔에는 공동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는 게 현실이지만, 가격흥정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못 말하랴. 그러나 아저씨는 꿈쩍도 안하셨고, 이에 나는 다른 호텔로 가버리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계단을 내려서는 시늉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 시간에 사실 갈 데도 마땅히 없었다는 것은 비밀) 다행히 아저씨께서 나를 붙잡으셨다. 


"알았어. 2,500디나로 해줄게. 대신 맨 윗층의 구석 방으로 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구석 방에 들어왔는데... 그런 이유로 지금 연신 기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삼면에서 들어오는 강한 외풍이 나의 목을 간지럽히고, 닫혀지지 않는 맨 윗 창문에서 온도를 마구 떨어뜨리는 찬바람이 내 몸을 떨게 만들고 있으니. 그깟 500디나를 아끼려고, 이 고생을 하다니. 낫던 중이던 감기가 다시 도질 것만 같다. 

작가의 이전글 값싼 땅에서 값싼 식물을 심어볼 수 있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