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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Dec 27. 2016

전시회를 했다

미술전시회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혼자서만 했으면 그런 부담을 안 가져도 됐을텐데. 어쩌자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바람에, 사실 마음의 부담을 계속 안고 있었다. 생각보다 여유 시간은 나지 않았고, 막상 시간이 있을 때는 연필을 쥐기 힘든데 어느새 연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조경과 관련한 컨퍼런스를 콘스탄틴 대학교에서 하게 됐고, 나는 컨퍼런스 뒤 편에 작은 전시를 기획했다.


이 작은 전시의 주제는 '조경+여행'. 한 편은 조경에 관련된 스케치나 이미지로, 다른 한 편은 여행 중에 했던 스케치로 채우는 형식이었다. 여행을 통해서 조경가로서 나의 시야는 넓어지고 깊어졌음을 말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전달됐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대지와 자연에 대한 나의 사랑을 관람객이 봤을지 모르겠다. 모든 것은 자연에서 시작되었고, 만약 인간이 무언가를 흉내낸다면 그 흉내의 대상은 자연일 것이라는 나의 믿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었을까.


누군가에게 카메라를 건네며 사진을 부탁했는데, 그가 컨퍼런스 사진만 잔뜩 찍었다. 아쉽게도 전시회 사진은 다. 전시작품 중 하나는 도시건축학부 학부장에게 선물로 줘버렸기에 내가 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나는 정말로 기쁘다. 낯설고 두렵던 이 나라에서 전시회를 하다니! 마음먹었던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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